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내" 해결을 공언해 협상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대통령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보고를 받은 결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부터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5만 명의 상당히 큰 규모의 러시아군을 우리가 저지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본격 탈환 시도가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쿠르스크는 한국과 미국 당국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7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군 1만~1만1000명이 쿠르스크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들이 전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국방부가 파악한 규모와 유사하다.
10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탈환을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여전히 강력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어 적어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실제 참전했는지, 전투가 참가했는지는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쿠르스크에서 교전 시사 발언이 보도된 뒤인 12일 브리핑에서도 관련해 평가가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 방안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현 시점 점유한 영토를 기준으로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며 양쪽의 전투가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미국 부통령 당선자인 JD 밴스는 지난 9월 트럼프 당선자의 우크라이나 종전 계획을 짐작하며 "현재 경계선"을 유지한 상태의 "비무장지대" 안을 제시했다.
지난 4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고문 키스 켈로그와 프레드 플라이츠의 종전안도 협상을 조건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협상 때 우크라이나가 영토 포기를 강요 받진 않지만 회복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20% 가량을 잠식한 상태로 동부에서 빠르게 진군 중이고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부족으로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영토 일부를 잃은 상황이다. 11일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이 철도 및 도로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포크로우스크에 접근 중일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가 남부 자포리자 지역으로 훈련된 공격 인력들을 이동시켜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 2~3주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공습이 30~40% 늘었다고 한다.
양쪽은 지난 주말 최대 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주고 받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과 CNN을 보면 10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방향으로 무인기 34대를 발사해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파편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52살 여성을 포함해 5명이 다쳤고 모스크바 인근 공항들의 항공기 운항이 임시 제한돼 최소 36편이 우회 운항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별도로 러시아 서부에서 무인기 50대를 추가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9~10일 밤새 우크라이나로 무인기 145대를 발사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는 그 중 62대가 격추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국방 싱크탱크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코프 소장이 "머지않아 평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 양쪽이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이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논리적"이라며 "러시아가 지상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가장 좋은 대응 기회는 무인기 공격을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11일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자의 압박으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 "시작 지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분투 중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가 앞으로 4~5달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종결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겨울이 중요한 시점이다. 전쟁이 끝나길 바라며 이제 우린 협상에서 양쪽 위치, 시작 지점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트럼프 당선자와 통화 뒤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만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지 않았으며 "즉각적 종전은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측근들이 제시한 종전안이 러시아의 기존 회담 조건과 통하는 구석이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와 관련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열망, 우크라이나 위기 종식에 대한 도움에 대해 말한 것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트럼프 당선자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8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은 대화 준비가 됐다는 것이 휴전 요구 사항을 바꿀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특수군사작전의 목표가 바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어떤 변화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휴전 협상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지역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완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계획이 포기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에 대한 거래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쪽 휴전안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부터 나토 가입 문제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측근들의 종전안과 유사한 면이 있다.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가 "나토 및 다른 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립 보장"을 받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켈로그와 플라이츠의 종전안 또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장기간 유예를 제안했다.
한편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지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다짐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화로 회담을 시작했고 "겨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엘리제)도 이날 성명을 내 양국 정상이 "필요한 기간 동안 변함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거나 대폭 줄일 경우 유럽이 이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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