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류 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외 정책 변화가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앞으로 사업 추진과 투자, 실적 개선에 적지않은 여파가 우려된다.
트럼프의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더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등 이 같은 행보는 국내 건설업계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관세 강화(보편 관세 적용,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와 대중국 강경 대응(최혜국 대우 철폐, 우회 수출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산연은 관세 강화가 수입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이민자 감소로 서비스 부문 임금 인상, 제품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과 관세 인상 정도에 따라 국내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순수출 감소로 경제성장률 둔화도 관측된다. 원/달러 환율도 악재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6.5원 상승한 데 이어 다음날에 13.7원 오르며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 11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8.3원 오른 1394.7원에 마감됐다.
철강 등 일부 수입 품목의 원가 상승과 함께 국내 산업 전반의 수입품에 대한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커져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측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환율 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공사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쳐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공사비 하락이 지연될 수 있다"고 비관했다.
트럼프의 재등장에 국제 정세가 요동치며 국내 건설업체의 실적 하락 요소가 확대돼 대외 시장의 전망도 엇갈린다.
건산연은 최근 '2025년 건설·부동산경기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건설 수주는 210조4000억원을 달성해 올해보다 2.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문별로 공공수주는 SOC 예산 감소와 국토교통부의 SOC 신규 사업 예산이 큰 폭 줄어 전년 대비 1.7% 감소할 전망이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기업 CBSI는 70.9로 전월보다 4.7포인트(p) 내렸다.
CBSI는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체감 경기를 설문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CBSI가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을 웃돌면 그 반대다.
신규 수주, 공사기성, 수주잔고, 공사대수금, 자금조달, 자재수급 등 다양한 항목에서의 지수를 합산해 산출한다. 지난달 CBSI 하락은 신규 수주지수가 전월보다 7.9포인트 하락하며 64.7로 내려앉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신규 수주지수가 65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지수를 개편한 이래 처음이다. 특히 주택 분야의 신규 수주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자금조달 지수도 5.5포인트 떨어진 77.0을 기록했으며 수주잔고는 1.9포인트 하락한 73.4를 나타냈다. 다만 공사기성은 3.3포인트 오른 80.1을, 공사대수금은 0.6포인트 오른 85.3을 각각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p) 끌어내렸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p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으로 내렸다.
KDI는 내수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3%에서 내년 1.8%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건설 부진을 내수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8%에서 내년 -0.7%로 마이너스 폭이 줄기는 하겠지만,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건설업체 채무건전성 악화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면 건설투자의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9월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대선에서 이기면 러-우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 건설업체는 민·관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도로·주택·발전소 등의 재건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시 재건사업 총 4863억달러의 수혜가 기대된다.
하지만, 중동 상황은 다르다. 트럼프가 이스라엘 친화적인 중동 강경책을 펼치면서 전쟁 종식과는 거리가 멀어진 분위기다. 건산연은 중동 수주 규모가 큰 국내 건설업계에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봤다.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감소로 해외 신규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국제 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년 이후 대외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