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헌옷(중고의류) 수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으며, 패션의 폭을 넓히는 저렴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위해 헌옷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영국 레스터대학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프림로즈 프리스톤(Primrose Freestone) 박사는 호주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헌옷은 병원체의 온상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피부에는 대량의 세균·진균(곰팡이)·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미생물들이 피부에 서식하는 환경을 총칭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에는 포도상구균 감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과 연쇄상구균 인두염 등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 칸디다증을 일으키는 진균인 칸디다 알비칸스, 자궁경부암 등과 관련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의 병원체가 포함되어 있다.
각 개인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떤 사람에게는 정상적이고 무해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옷은 항상 사람의 피부와 접촉하기 때문에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에 서식하는 병원균이 서식하기 쉽다. 중고 옷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류는 세탁을 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소유자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한 세균 및 감염병 병원체가 부착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은 땀에 포함된 아미노산 및 피지, 피부세포의 단백질 등을 영양원으로 해, 사람이 입은 옷에서 용이하게 생존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성장을 위한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겨드랑이·발·생식기 주변 등 습하기 쉬운 부위는 특히 미생물의 양과 종류가 풍부하다. 또 의류에 묻은 음식 찌꺼기도 모든 세균과 진균의 영양원이 된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화농성연쇄상구균과 같은 병원균은 실온에서 최대 수개월 동안 의류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리에스테르 원단에서는 200일 이상 생존했고, 공기 중 습도가 높을수록 모든 옷에서 생존율이 동반 상승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중고 옷 가게에서 판매한 의류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채취된 샘플 대부분에서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또 이란에서 이루어진 조사에서는 헌옷에서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헌옷으로 인한 감염증 위험을 수치로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면역결핍증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한다.
프리스톤 박사는 "헌옷을 구입한 후에는 입기 전에 반드시 세탁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균을 제거하고 병원체를 불활성화하는 약 60도의 뜨거운 물과 세제로 세탁하는 편이 좋다. 차가운 물은 병원체 제거 효과가 낮기 때문에 고온 세탁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세탁 소독제로 세균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외에 ▲처음 헌옷 세탁시 일반 의류와 분리해 세탁 ▲세탁 전 항균 세탁 세제를 넣은 뜨거운 물에 2~3시간 담가 두기 ▲열풍 기반의 회전식 건조기나 스팀다리미 처리 등도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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