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면세업계가 계속되는 부진에 올해 3분기도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 소비력이 감소하고, 원화값 약세도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면세업계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부과 방식도 '여객 당'으로 변경되면서 수수료 부담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94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1조3274억원)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특히 외국인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내국인 매출은 2726억원으로 1년 전(2469억원)보다 10.4% 증가한 반면 외국인 매출은 14.7%(1조805억원) 감소한 92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객단가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외국인 1인당 매출은 지난해 9월 169만원에서 올해 108만원으로 감소했다.
면세점 업계의 부진은 명품·화장품·기념품 등을 '싹쓸이'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고,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개별 배낭여행 위주로 바뀐 영향이 크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여행객들이 면세점 쇼핑을 줄인 것도 타격이 됐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는 채널들이 많다 보니 내국인들은 면세점 물건 구매에 나서지 않고, 외국인들은 관광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보다는 편의점, 소매 채널 등에서 물건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호텔신라는 지난 1일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0.4%증가했다. 호텔신라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면세점 부문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3분기 면세점 부문 영업손실은 38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4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3분기에 1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33억원)는 물론 올 2분기(86억원)보다도 급격히 감소해 적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 역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한 2282억원을 기록했고 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면세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롯데면세점은 작년 3분기에도 영업손실 183억원을 내 4개 면세점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의 경우 3분기 중 희망퇴직을 실시해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이익 감소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신세계·현대의 경우 임대료 부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액제였던 인천국제공항의 '고정 임대료'를 공항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여객당 임대료'로 전환하면서 입점한 면세사업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객 규모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면세점 이용고객이 줄어든 탓에 매출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는 늘어나는 구조에 봉착한 탓이다.
일례로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DF1·3 구역의 여객 당 임대료는 각각 8987원, 2530원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인천공항 출국객 수(3557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신라면세점이 이들 구역을 운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내야 할 연간 임대료는 4097억원 수준이다. 매달 341억원 가량이 임대료로 나가는 셈이다. 이외에 DF2·4 구역에서 면세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면세점은 4027억원, DF5를 운영하는 현대면세점은 394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556만명)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여객 수가 더 늘어나면 인천공항 임대료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 면세업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면세업계에선 임대료 산정 방식을 수익에 비례하도록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제2의 임대료'로 불리는 특허수수료도 수익을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면세업계서는 이 중에서도 올해까지 적용되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감경 조치' 연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허수수료는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면세업계의 업황 부진을 고려해 2020년부터 4년 연속 면세점 특허수수료 50% 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적자 폭이 커지고 있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액보다는 영입이익으로 수수료를 책정해야 한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특허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구체적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면세점 산업 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반등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성장 전략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원화 약세로 국내 여행객들이 면세점 쇼핑을 줄이고 있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면세업 지원 정책은 코로나 이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허수수료 제도 개편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