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따른 ‘트럼프 랠리’로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트럼프 리스크’ 에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9.09포인트(p,1.94%) 내린 2482.5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9월 11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18.32p(2.51%) 내린 710.52에 장을 마쳤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역대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3대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와 미국 증시의 신고가, 신저가 수치 차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전날(11일) 기준 코스피의 신고가 종목수는 19개로 10월 말 17개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는 반면, 신저가 종목수는 105개로 10월말 44개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나스닥의 신고가 종목수는 217개로 10월말 69개에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신저가 종목 수는 122개로 10월 말 173에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에선 올해 연말까지 트럼프 랠리의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는 가운데 국내금투업계에서는 한-미 증시의 디커플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미국 우선주의 중심의 관세 인상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의 불확실성도 국내 증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폐기와 관세 부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주의 타격이 크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64%(2000원) 내린 5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SK하이닉스(-3.53%) ▲한미반도체(-3.86%) ▲이오테크닉스(-4.73%) ▲리노공업(-2.62%) 등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기업에 수혜가 예상된 가운데 수입에 관세 부과 추진, 반도체 보조금 제도의 축소 우려로 한국 IT 산업 및 반도체 기업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세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규모가 확대되면서 증시 자금 유입이 약화도 국내 증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거래대금이 21조5823억원에 달했다. 이날 코스피(12조3698억원)와 코스닥(7조2807억원)시장 거래대금을 합한 규모를 3조원 이상 뛰어넘었다.
이날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5시 기준 전일대비(24시간 기준) 9.84% 오른 8만85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 주식시장 디커플링을 염두하고, 트럼프 정책 수혜주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선 사례들로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수혜주/피해주 트레이딩은 당선 이후 2~3달 정도 강하게 반영이 되다가 임기 시작 전부터 셀온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릴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더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분야는 전기차·2차전지 등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주식, 미국 기업과 경합 관계에 있고 제품 가격 변화에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출주”라면서 “미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용이한 분야인 방산, 조선, 경쟁력이 높거나 수요가 견고해 수요 충격이 크지 않을 분야인 제약/바이오,엔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에 최근 낙폭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비트코인 등 대장 수혜주를 제외한 그외 트럼프 트레이드가 소강 되는 과정에서 대선 이슈가 만들어낸 국내 증시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환기될 수 있다”며 “전날 급락세가 과도했다는 인식 속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업종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하는 등 3분기에 비해 환율 레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시,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 진행 과정에서 주가가 부진했던 수출주(환율효과 기대, 가격 메리트 등)에 대한 관심을 재차 높여볼 만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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