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시한 제품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유행어인 '럭키비키'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이 유행어에도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했고 베스킨라빈스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유행어엔 저작권이 없는 만큼 베스킨라빈스의 대처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배스킨라빈스가 수능 시즌을 겨냥해 '럭키비키 모찌'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수험생들에게 '행운을 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업체 설명했다. 하지만 제품명인 '럭키비키'를 보고 유행어를 가지고 장사한다는 논란이 일자 9일부터 판매 중지 됐다.
'Lucky(럭키)'와 'Vicky(비키)'가 합쳐진 말인 '럭키비키'는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만든 유행어다. 아이브 자체 콘텐츠에서 보여준 장원영의 초 긍정적인 사고방식인 '원영적 사고'가 화제를 모으자 "럭키비키잖아"라는 밈(Meme)이 유행어로 떠올랐다.
럭키비키 모찌를 본 일부 장원영 팬들은 "장원영의 영어 이름이 들어간 유행어를 정식 모델 체결도 아니고, 사전 협의 조차되지 않았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유명인이 만든 말인 만큼 퍼블리시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팬들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유행어에도 저작권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다"며 비꼬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장원영의 팬들이 오히려 이러한 논란을 부추기는 느낌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정종현 씨(27·남)는 "배스킨라빈스에서 팔았다는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보니 장원영의 유행어가 생각나기는 하지만 저작권 침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모르는 사람들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은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민의 권리이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문학예술, 학술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창작물을 보호하는 만큼 먼저 창작물로 인정받아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팬들이 주장하고 있는 퍼블리시티권의 경우 '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의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저작권과 달리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국내 법원에서는 단어 몇 개를 조합한 것 또는 간략한 문장은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저작물성(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을 부정하고 있다. 적은 수의 단어 조합으로 이뤄진 유행어까지 저작권을 부여한다면 사람들의 일상적인 언어생활까지 제약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원영이 만든 럭키비키가 독창적인 유행어일지라도 실질적인 저작물로 인정받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배스킨라빈스 유행어를 이용한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
해외에서도 유행어 등 특정 문구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짧고 일반적인 문구가 많다 보니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유행어라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독창성과 상업적 가치가 우선 고려되기 때문에 이들이 없을 경우에는 인정받지 못 한다.
유럽연합(EU)는 짧은 유행어를 저작권이 아닌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흔한 표현이거나, 일반 대중이 널리 사용하는 유행어는 상표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행어, 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짧은 시간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데 이를 법적으로 제재해 처벌을 내리거나 잘못했다고 지적하기에는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특성 상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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