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4주기에도 ‘법 밖 노동자’ 여전…“근로기준법 적용 확대해야”

전태일 열사 54주기에도 ‘법 밖 노동자’ 여전…“근로기준법 적용 확대해야”

투데이신문 2024-11-12 16:01: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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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의 동상과 육필 일기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전태일 열사의 동상과 육필 일기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전태일 열사의 54주기를 앞둔 가운데 아직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법 밖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프리랜서, 플랫폼, 다단계 하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 밖에서 일하고 있었다.

온라인노조가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어교원의 74.4%는 비정규직(계약직·간접고용)이었다. 62.3%는 3개월 미만 초단기계약을 맺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동학원 강사, 방송미디어 노동자들 역시 3.3%를 떼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노동법 밖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IT업종, 청소, 경비 등의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중 3명이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고 4명 중 1명이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는데, 비정규직은 절반(46%)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노동청에 임금이나 퇴직금 체불로 진정하면 54년 전 전태일 열사가 그랬던 것처럼 근로감독관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근로자가 아니’라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며 “대법원에서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계약의 실질’을 따져야 하고 학원강사는 근로자라는 판결을 수차례 내려도 노동청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 상담이 가장 많은 병의원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들도 병원장의 폭언과 부당한 대우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37.9%로 평균(34.0%)과 비교해 3.9% 높았다.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사용자가 되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10명 중 2명은 가해자가 사용자(15.3%), 사용자 친인척(4.1%)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사용자가 가해자인 괴롭힘 사건을 사용자에게 ‘셀프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조차 되고 있지 않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박성우 위원장은 “지금 직장의 현실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쳤던 당시와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250만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부당해고 금지제도, 주 52시간 상한제, 연차휴가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근로기준법의 핵심 제도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 850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아예 근로기준법이 적용조차 되지 않고 일반적인 직장들 역시 노조가 없는 곳에는 노동법이 준수되지 않으며 그림 속 떡일 뿐이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고 고용노동부는 노동법이 철저히 준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사업장 근로감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과 함께 정부 노동정책의 수립 및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의지를 재차 표명하며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김민석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단계적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조사·분석과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지불 여력 등을 파악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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