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중반 소방수를 맡아 팀의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다음 시즌 처절한 생존경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황선홍 감독(56)은 대전하나시티즌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잔류를 이끌고도 안도하지 않았다. 처절한 생존경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하루빨리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전하나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10위 전북 현대(10승11무16패·승점 41)와 승점차가 4점이 된 9위 대전하나(11승12무14패·승점 45)는 최종 38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강등권(10~12위) 탈출을 확정했다. 2시즌 연속 K리그1 잔류다.
‘소방수’로 부임한 황 감독이 임무를 완수한 덕분이다. 대전하나는 6월 3일 황 감독이 취임하기 전까지 승점 14(3승5무8패)로 11위에 그치며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승점 31(8승7무6패)을 보태 잔류에 성공했다. 이 기간 쌓은 승점은 울산 HD, FC 서울(이상 승점 38), 김천 상무, 강원FC(이상 승점 33)에 이은 5위다.
황 감독의 부임이 대전하나의 운명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월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U-23 아시안컵에서 4강 진출 실패로 2024파리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놓친 뒤 비판에 시달렸던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엄청난 반전이다.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무산시킨 감독’이라는 오명은 황 감독에게도, 대전하나에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황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등을 활용해 팀의 체질을 개선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프런트도 여름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황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황 감독은 “부임 후 팀 전술을 3백에서 4백으로 바꿨다.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전방에서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준다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상대에 맞춰 제로톱 전술을 구사하는 등 최대한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 소방수로 투입된 까닭에 매 경기 판단과 의사결정에 따라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었지만, 잔류를 확정해 다행이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치열했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벌써 다음 시즌 걱정이 크다. 부임 당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완전히 떨쳐내려면 계속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감독은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포기하지 않고 팬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계속 내야 한다”며 “잔류의 기쁨에 취해있지 않겠다. 하루빨리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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