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대통령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한 대표와 친한(親한동훈)계는 윤 대통령이 그의 쇄신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공식화하고 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12일 기독교방송(CBS) 및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사과를 하셨고 변화하려고 하는 여러 모습들을 보인 것"이라며 "민심의 눈높이를 대통령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게 대통령 사과, 특별감찰관 받으라는 것, 인적 쇄신, 여사(대통령 영부인) 활동 중단, 의혹 소명이었는데, 대통령 사과했지, 인적 쇄신 지금 진행 중이지, 그리고 대통령이 아끼는 참모들, 한동훈 대표가 '여사 라인'이라고 지목했던 분들 중 상당 부분이 지금 정리되고 있는 과정이고, 여사 활동도 국빈 초청 등 외교행사 외에는 전면 중단하겠다고 일단 선언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혹 소명과 관련된 부분이 약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대통령께서 한 대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상당 부분 수용을 했기 때문에, 당내에서도 대통령이 어떤 긍정적으로 변화하려고 한다는 그런 인식들이 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민심의 방향으로 틀었면 당정 간에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을 대표가 설득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사실 대통령 사과에 대해서 부족했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는 부분에 대해서 여당 대표로서는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대표의 스탠스가 과거보다는 조금 달라지고 유연해졌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특히 "(담화) 이후에 후속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12월 2일날 예산안이 정리되면 그 이후에 개각하겠다는 말씀이 용산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저는 강기훈 행정관을 정리하겠다는 용산의 방침에 상당히 놀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강 행정관은 대통령이 권성동 의원하고 텔레그램 하다가 권 의원이 '강기훈을 데리고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얘기해 (대통령이) '체리 따봉'을 한 분"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어려울 때마다 여가부 폐지, 멸공 프로젝트, 한 줄 페이스북 공약, 이런 아이디어를 낸 분이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음주운전 전력이 있어도 쉽게 정리를 못 했던 것인데 어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쇄신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개각 폭에 대해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바꾸는 게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도 있었고 초대 내각인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분", "의료개혁 책임 문제에 대해 그동안 국민들께서 여러 가지 피곤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는 "(총리 교체도) 물색은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별감찰관 부분에 대해 박 의원은 "14일 의총 때 추경호 원내대표가 용산과 조율을 해서 '지금 이렇게 추천하는 게 맞겠다'고 의견을 정리하면 별다른 이견 없이 의총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특감 문제까지도 대통령이 양보를 해서 수용하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같은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지난주 대통령 기자회견과 용산 고위관계자 발(發)로 '북한인권재단과의 연계를 풀겠다'고 한 것이 확인됐다"며 "이미 물밑에서 거의 총의가 모아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 부총장은 대통령 영부인 문제와 관련 "지금 일단 가닥은 잡혔다. 이번 주 순방도 안 따라가시고, 연내에 특별한 활동은 없을 것"이라며 "그 기조가 어떻게 쭉 이어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큰 가닥이 잡혔다"고 했다.
인적 쇄신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께서 순방 갔다 오신 다음에 개각을 포함해서 대통령실에 굉장히 큰 폭의 개편이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며 "그 과정에서 한 대표가 지목했던 '한남동 라인'들도 자연스럽게, 큰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그 분들도 같이 이렇게 (교체)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어제 대통령께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시면서 임기 후반기 국정의 중심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말씀하셨는데, 이게 한동훈 대표가 얘기해왔던 '격차해소'와 같은 이야기 아니냐"는 해석도 그는 내놨다.
신 부총장은 한 대표의 태세 전환과 관련 "한 대표는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를 해왔다. 그 호소에 이제 대통령께서 귀기울이고 호응을 하신 것"이라며 "지난주 목요일 대통령님 기자회견은 '용산도 변화와 쇄신의 대장정에 동참하겠다'는 얘기라고 저희들은 해석을 했다"고 했다.
그는 "윤-한 갈등의 원인이 뭐였나? 변화와 쇄신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미온적인 용산, 그것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동훈 사이의 갈등이지 않았나"라며 "갈등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개적으로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즉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하다" △"국정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지난달 17일에도 이른바 '3대 요구안'으로 불린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해명과 진상규명 협조 등을 용산에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는 △사과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김건희 라인'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으며 △대통령 영부인 대외활동 부분은 "외교 관례상, 또 국익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 문제는 "그건 국회 일이니까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방향을 잡아 후보 추천을 하면 그중 한 사람을 제가 임명할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한 대표와 친한계는 인적 쇄신 부분과 관련, 강기훈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한 것과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 철회를 '김건희 라인 정리'로 보고 나름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발힌 셈이다. 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이달 중순 해외순방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을 '대외 활동 중단'으로,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하지도 않은 것을 '수용'으로 후하게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가 한 대표와 친한계의 진심인지, 여권 공멸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들이 대통령 담화에 대해 일반 여론의 평가보다 친윤계의 평가에 더 가까운 고평가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한 대표가 그간 '국민 눈높이', '민심'을 강조해온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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