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셋톱박스, 이용자와 대화 나누고 영화관 구현

[프라임경제] 국내 인터넷TV(IPTV) 3사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습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공지능(AI) 셋톱박스'를 꺼내들었다. 

최근 IPTV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SK브로드밴드와,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모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AI 셋톱박스를 연달아 출시한 것.

새로운 셋톱박스는 온디바이스 AI 칩셋을 탑재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음성과 화질을 선명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3사별로 초점을 맞춘 특화 기능이 상이하다. 이에 현재까지 출시된 AI 셋톱박스에 대해 낱낱이 분석해본다.

◆SK브로드밴드, 대화 가능한 TV…OTT 검색도 한 번에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SK텔레콤의 생성형 AI 비서 '에이닷'을 B tv에 적용한 'B tv 에이닷 서비스'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칩을 탑재한 'AI 4 비전'을 출시했다.

ⓒ SK브로드밴드

먼저 B tv 에이닷은 AI와 대화를 통해 콘텐트를 추천받고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 검색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검색 범위도 B tv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웹까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검색 기능은 기존 음성(NUGU) 중심에서 '키워드' 위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와 비슷한 영화를 찾아줘'라고 말하면 고객의 맥락과 의도를 고려해 추천 이유 등을 포함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멀티턴 기능을 통해 에이닷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도 가능해진다. 단순 검색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보다 세분화해서 검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청자 평가나 줄거리 요약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AI 4 비전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대화형 셋톱박스로 AI가 실시간 및 VOD 콘텐츠의 오디오를 분석해 음성과 음량을 최적화해준다. 또 AI 4 비전을 통해 리모컨 없이도 B tv 에이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셋톱박스는 4K를 지원하는 13M 픽셀의 카메라를 탑재해 이용자 움직임을 인식한 모션 게임, 반려동물 모니터링, 운동, 영상통화 등도 제공한다. 

AI 4 비전 장비 임대료는 월 8800원이다. 기존 셋톱박스 대비 2배 비싸지만 'B tv 플러스'와 'B tv 올 뉴' 요금제를 결합하면 기존과 같은 4400원에 임대할 수 있다. 

◆KT, 지니 TV 셋톱박스 4 하나로 '스마트홈' 구현

KT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적용한 '지니 TV 셋톱박스 4'를 이달 5일 공개했다. 월 임대료는 6600원(3년 약정)이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이 지난 5일 IPTV 최초로 8K 화질을 지원하는 '지니TV 셋톱박스 4'를 소개하고 있다. ⓒ KT

지니 TV 셋톱박스 4는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 등을 셋톱박스와 자동 연결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셋톱박스 하나로 스마트홈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화질·화면·밝기·음량도 스스로 조절한다. 셋톱박스 최초로 조도센서를 탑재, 재실 감지 기능을 제공하는 것. 사용자가 빈 방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TV가 켜지게 하거나 들어오는 빛과 소음의 양에 따라 화면 밝기·음량을 셋톱박스가 알아서 제어하는 식이다. 

또 설거지나 청소 등 소음이 발생하면 TV 볼륨을 키워주고, 목소리 강조 기능으로 대사를 선명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올해 초 도입을 예고했던 'AI 골라보기' 기능도 새 셋톱박스부터 적용된다. 예컨대 ENA와 SBS플러스의 '나는 솔로' VOD를 시청할 때 '옥순이만'을 선택하면 해당 회차에서 옥순이만 나오는 장면이 화면 하단에 섬네일(축소판 미리보기)로 노출돼 해당 장면을 골라볼 수 있다. 

KT는 이밖에도 세계 최초로 8K UHD 칩셋을 탑재한 걸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8K는 가로 해상도가 약 8000픽셀에 이른다는 뜻으로 통상 4K보다 화질이 네 배 더 좋다. 

이용자는 8K 업스케일링 기술을 통해 실시간 방송, OTT, 유튜브까지 기존 풀 HD 및 4K 콘텐츠도 초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KT에 따르면 8K 가전 TV가 아니라도 AI 화질 최적화 기술이 TV 사양에 맞춰 최상의 화질을 구현해준다.

◆홈 시네마 취향저격…LG유플러스 '사운드바 블랙2'

이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사운드바와 AI 셋톱박스를 결합한 '사운드바 블랙2'를 출시했다.

음향 기능이 대폭 강화된 사운드바 폼팩터 기반 셋톱박스 '사운드바 블랙2'. ⓒ LG유플러스

사운드바 블랙2는 AI 기반으로 공간의 음향 특성을 분석해 소리를 최적화하는 사운드바 폼팩터 기반 셋톱박스다. 돌비 래버러토리스의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를 동시에 지원해 영화관 수준의 입체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3사 중 유일하게 AI를 기반으로 한 '공간 맞춤 음향'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내장 마이크를 이용해 공간의 음향 특성을 분석하고 AI를 기반으로 이용자 시청환경에 최적화된 서라운드로 자동 튜닝해준다. 거실에서 안방으로 위치를 옮겨도 AI가 최적화된 사운드로 조정해준다.  

이와 함께 풍성한 입체음향을 제공하는 '빔포밍 서라운드 기술'과 이용자 취향에 맞춰 음역대를 조절하는 '사용자 이퀄라이저' 기능 등도 새롭게 추가됐다. 

장비 임대료는 월 8800원(3년 약정 기준)이며, 벽걸이 설치를 위한 월마운트 브라켓이 기본 제공된다. 

LG유플러스는 이어 9월에는 자체 개발한 익시(ixi)가 적용된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공개하고 익시 기반 AI 에이전트를 자사 IPTV 서비스 'U+tv'에 적용했다.

새로운 셋톱박스는 영상 자체 자막과 겹치지 않도록 자동으로 위치를 바꿔 자막을 생성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 주문형 비디오(VOD)를 배속으로 빠르게 시청할 때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한다.

아울러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에이전트는 고객의 모든 TV 시청 여정에 적용되는 '지능형 시청 도우미'로 초개인화 시청경험을 제공한다. 

세부적으로는 △초개인화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AI큐레이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막을 볼 수 있도록 글자 겹침이 있으면 자동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AI자막' △AI를 기반으로 24시간 고객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익시 음성챗봇' 등 세 가지 AI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IPTV 최초로 24시간 질문에 답변하는 '익시 음성챗봇'도 선보였다. 고객이 불편 사항이나 궁금한 사항을 리모컨을 통해 음성으로 문의하면 AI가 바로 해결, 고객센터로 전화 연결했을 때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이 특정 화면으로 가야만 원하는 콘텐츠나 상품을 찾는 게 아닌 어느 공간에서든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대화형 탐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IPTV 3사가 AI 셋톱박스 출시 경쟁에 나선 것은 온디바이스 AI 기능 고도화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 가입자 수는 2092만5902명으로 상반기 대비 0.54% 증가하는데 그쳤다. 3년 전만 해도 4%를 웃돌던 가입자 증가율은 2021년 3.61%, 2022년 1.79%, 지난해 0.54%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IPTV 업계 관계자는 "초개인화 서비스는 '나에게 맞는 추천 사유 및 행동'으로 인해 계속 찾을 수밖에 없게 하는 락인 효과가 있다"며 "또 서비스 미사용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유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