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담긴 동서양 문화... '한국 vs 해외' 다른 음주문화

'한 잔'에 담긴 동서양 문화... '한국 vs 해외' 다른 음주문화

머니S 2024-11-12 15:14:19 신고

3줄요약

"아파트, 아파트!" 전 세계가 K-술 게임을 외치다

로제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3주째 자리하고 있다. / 사진=로제 인스타그램 로제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3주째 자리하고 있다. / 사진=로제 인스타그램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3주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로제는 지난달 28일 빌보드 '핫100' 8위에 진입하며 K팝 여성 아티스트 최초이자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흥행 요인으로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경쾌한 사운드, 팝가수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을 꼽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한국의 술 문화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전달했다는 점도 글로벌 팬층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술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음주 문화 차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개는 각국의 주류 종류나 대표 주종을 아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아파트'로 시작된 관심은 한국 음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각국의 음주 방식이 새롭게 조명된 지금 세계는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더욱 깊이 이해해 가고 있다.

'빨리 마시는 음주' vs '음미하는 음주'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식주점 '동녘' / 사진=송채원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식주점 '동녘' / 사진=송채원 기자

한국에서는 술을 빠르고 활기차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흥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술 게임과 건배를 거듭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거침없이 속도를 내는 음주 방식은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졌다.

외국에서는 천천히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는 음주 문화가 일반적이다. 맥주나 와인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는 주류가 대중적이라는 점도 이러한 문화를 뒷받침한다.

취재 과정에서 미국·캐나다·영국·홍콩·러시아 등지에서 오래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을 만나 외국의 음주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 모두 "외국에서는 한국식 회식 문화가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에서 근무 중인 한 여성은 "외국에서 회식이란 비즈니스 대화 도중 가볍게 곁들이는 정도가 일반적이며 그마저도 서두르지 않고 한 잔씩 천천히 즐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경기나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특별한 날에는 예외적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도 술이 주된 목적이라기보다는 행사 분위기를 즐기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할인 가격에 음주할 수 있는 '해피 아워'

금요일 저녁 7시 신사동 가로수길 거리 / 사진=송채원 기자 금요일 저녁 7시 신사동 가로수길 거리 / 사진=송채원 기자
외국에는 '해피 아워(Happy Hour)'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해피 아워'란 술집이나 바에서 주류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1910년대 미국 해군에서 유래했다. 당시 해군 함정 내에서 근무하던 승무원들은 긴 항해 중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영화나 음악 공연 같은 사교 활동을 즐겼는데 이를 해피 아워라 불렀다.

1919년 미국 의회가 금주법을 시행하면서 공식 자리에서 음주가 금지됐다. 결국 사람들은 비공식 모임에서 몰래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해피 아워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됐다. 1950년대 들어 '할인된 가격에 술을 제공하는 시간대'로 자리 잡으며 현재의 해피 아워 문화로 발전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해피 아워는 현재 홍콩, 싱가포르, 러시아 등 비서구권 국가들로 확산됐다. 사실 이 문화는 한국과 외국의 차이보다 동서양 간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한자리에서 끝내지 않고 더 길고 깊은 교류를 추구하기 때문에 짧고 가벼운 음주라는 본래 의도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는 경향이 있다.

함께 마시는 술 문화는 '한 솥'에서

사진=이미지 투데이 사진=이미지 투데이
한국의 집단주의와 공동체 의식 역시 음주 문화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한국에서는 소주나 막걸리 같은 전통주뿐 아니라 맥주 한 병도 나눠 마시는 셰어 문화(공유 문화)가 일반적이다. 개인의 취향에 맞춰 각자 주문하는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음주 문화는 친구 및 동료 간의 유대감을 강조하며 '같이'에 중점을 둔 집단적 성향을 띤다. 여러 차례 건배를 주고받는 문화나 '자작(자기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는 행위)'이나 '와이파이 건배' 또는 '에어드롭(멀리 있는 사람과 잔을 부딪칠 수 없을 때 건배 대신 외치는 말)' 같은 용어는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한국인의 주식이 '밥'이라는 점도 음주 문화와 연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마솥을 사용해 밥을 지었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불 조절이 중요했다. 적절한 불의 온도와 세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주의와 손길이 필요했다. 정성을 들여 차린 밥을 나누어 먹는 문화는 한국인의 '정(情)'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전통은 술 한 잔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으며 공동체 의식을 더욱 깊게 하는 한국식 음주 문화를 만들어냈다.

힘든 하루를 견디게 한 소주 사랑

사진=뉴스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권현진 기자
국내 소주 산업은 한국 경제 성장과 노동자들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쌀이 귀했던 보릿고개 시절 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누룩으로 발효해 만든 증류식 소주는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 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1965년 박정희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쌀을 원료로 한 소주와 막걸리 제조가 전면 금지됐다. 이후 쌀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생산 단가가 낮은 희석식 소주가 널리 보급됐다.

희석식 소주는 산업화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소주 한 잔으로 삶의 애환을 달랬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주는 자신을 위로하면서 동료와 연대감을 나누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소주는 단순한 술을 넘어 국민의 정서와 역사가 결합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한국만의 독특한 술 문화 역시 힘든 시기를 견뎌낸 이들의 희로애락이 응축된 결과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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