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인 출신인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장관으로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및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 육군 특전부대 장교를 포함해 27년 간 군복무를 했던 군인 출신인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상원 의회의 인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직책 중 하나로, 국가 안보 기관 간 조정과 대통령에 대한 브리핑 및 정책을 실행하는 자리다.
플로리다 보인턴 비치에서 태어나 잭슨빌에서 자란 왈츠 의원은 미 육군과 주방위군 등에서 복무했으며, 육군 중위로 임관한 후 특전부대에 선발되어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여러 차례 전투에 참여했고 특수부대 장교로 복무했다.
그는 여러 차례 백악관과 국방부 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도널드 럼스펠드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재임 당시 정책담당자로 근무했다.
2018년 론 드샌티스 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역구인 플로리다 6구에서 당선돼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으며 부인인 줄리아 네쉐이왓은 여러 대통령 행정부에서 근무한 참전용사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보좌관을 역임했다.
신문은 "왈츠 의원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는 동맹국과 거래를 선호하는 한편 해외 경쟁국들에 대한 억제력을 구축하여 더 이상의 확전을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왈츠 의원이 발탁된 배경에 대해 신문은 "왈츠는 수 년 간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왔다. 그는 불법 이민자와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왈츠 의원은 <폭스뉴스>에 "우크라이나가 의회로부터 백지수표를 받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주장하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포함된 국가들의 집단적 방어를 보장하기 위해 유럽이 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전쟁에 투입되는 것은 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의 어깨에만 이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이 무임승차하는 동안에는 더 그렇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는 이달 미국 공영방송 NPR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약속은 "완전히 합리적"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무기 사용 해제 등의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왈츠 의원은 러시아 매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왈츠 의원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장려하는 통일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협상 돌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 <리아노브스티>와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할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 회담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려는 전반적인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왈츠 의원은 중국에 대해 가장 호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의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하원에 마련돼 있는 '중국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을 대량 학살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 견제에 대한 입장은 국무장관 인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당선인이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 정책 및 국가 안보팀을 채우는 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소식통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마지막에 생각을 바꿀 수는 있으나, 올해 선거에서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도 고려했던 인사인 루비오 의원을 국무장관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신문에 따르면 루비오 측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고, 트럼프 측 대변인은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루비오 의원은 2010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됐으며 대외 정책에 있어 '매파'로 분류된다. 특히 중국과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미국의 대외 개입에 회의적인 공화당원들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우 갈등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으며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민 문제를 두고 보수적인 공화당원들은 그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트럼프 당시 후보도 "리틀 마르코"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루비오 의원도 트럼프 후보를 공격하는 등 양측 관계가 긴장됐으나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결정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루비오 의원은 비공식적인 외교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2020년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의 토론회를 돕기도 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중국 견제 양상은 주유엔 미국 대사 임명에서도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의 본인 계정에 엘리즈 스테파닉 뉴욕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유엔 대사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스테파닉 의원이 홈페이지에서 스스로 "러시아, 북한, 이란, 특히 중국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의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며 북한을 비롯한 국가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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