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12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지난 8월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은 예상보다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성장률을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은 전적으로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며 "수출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부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회복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는 금리 인하를 꼽았다. 금리 인하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만큼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상승한 가장 큰 원인도 고금리에 있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내수 부진이 올해보다는 완화될 전망이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7.0% 성장이 예상되는 수출은 내년에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가폭이 축소할 전망이다.
KDI는 전망의 위험요인으로도 국제 통상 여건 악화를 꼽았다. 미국이 통상정책을 급격하게 전환할 경우 세계 교역이 위축돼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국과의 갈등 격화로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 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2026년부터 진행된다고 내다봤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며 "만일 미국의 관세 인상이 빨라질 경우 지금 제시한 성장보다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인 것을 감안해 최근 물가 흐름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밑도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정책은 단기적인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중장기적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세자금대출, 정책금융 등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예외 조항을 축소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다는 이른바 '한국은행 실기론'에 대해 한은 등에서 반발하는 것에 대해 정 실장은 "한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융안정을 조금 더 중요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법에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 포함된 만큼 어느 것을 더 반영할지는 판단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현 상황에서 봤을 때에는 통화정책이 물가에 조금 더 집중하고 금융안정은 거시 건전성 정책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보인다"며 "역할 분담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하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내년) 재정정책이 올해보다는 긴축이지만 절대적인 수준으로 보면 여전히 확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전보다 GDP 대비 적자 규모가 늘어났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여전히 큰 만큼 어느 정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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