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전쟁시 상호 지원' 내용을 담은 북러조약에 각각 서명함에 따라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조약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피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김정은-푸틴, 6월 북러조약 체결.. 북한군 파병 맞춰 조약 효력 발효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지난 6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체결한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전문에 따르면 조약은 총 23개 조항으로 구성된다.
제1~3조는 주권 존중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유지·발전,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과 국제적 협력, 국제 평화·안전을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제5조부터는 상대국 이익에 반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다극화된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협력하고 국제기구 내 공동 이익을 위한 협력, 방위 능력 강화, 식량·에너지·기후변화 등 전략적 분야에서의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핵심은 제4조로 어느 일방이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및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61년 양측이 체결했다가 1990년 소련 해체와 함께 폐기된 동맹조약 속의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사실상 부활시킨 것으로 양측의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서도 북러 양국은 조약 제4조를 앞세워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파병설에 대해 "우리와 북한의 관계에 관련해 여러분은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비준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 조약에는 제4조가 있다. 우리는 북한 지도부가 우리의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 북한군 포함 병력 5만명 소집.. 수일내 쿠르스크 공격 투입 전망
북러 양국이 모두 조약을 비준하면서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명의 병력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적군 약 5만명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와 북한의 공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이 종전 협상시 현 상태의 영토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의 장비를 보급받았으며 포병 사격, 기본 보병 전술, 참호전 등의 훈련도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적어도 북한군 일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진지에 대한 정면 공격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최대 10만명까지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예측했다고 NYT에 밝혔다.
푸틴 "북한과 합동군사훈련 가능" 美 "김정은, 파병대가로 러 핵프로그램 기술지원 기대"
양국 정상이 조약에 서명하면서 북러 군사협력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7일 러시아와 북한의 합동군사훈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북한과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지켜보자. 우리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왜 안 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미국은 이번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북러 양국의 군사 및 기술지원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김정은은 아마도 군사 및 기술 지원 형태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히 중요한 것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을 파병한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주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면서 '그것이 핵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 되겠느냐'는 후속 질문에 "그럴 분명한 가능성(distinct possibility)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러시아의 군사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9형'을 엔진시험도 거치지 않고 바로 발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올해 3월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공개했었는데, 이후로는 추가 식별된 고체연료 엔진시험 정황이 없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31일 '최종완결판'이라고 자평하는 고체연료 ICBM '화성-19형'을 발사했다. 올해 첫 ICBM 도발이었다. 국방정보본부는 미사일 동체 길이, 직경 증가, 최대 고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화성-18형'과 별개인 신형 ICBM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공개한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역시 8축을 쓰는 화성-18형과 달리 11축짜리가 사용됐다.
북한이 엔진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신형 미사일을 바로 개발·발사했다는 건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북·러 조약상 '우주 기술 분야 협력'이라는 명목을 이용해 탄도미사일 개량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지원받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등 평화적 목적으로 위장할 수 있지만, 위성과 ICBM은 발사 기술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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