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가 내년도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80억 9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 9100만원, 합계 58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 “수사에 꼭 필요한 예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법부 예산은 증액되면서 일각에서는 ‘이재명 1심 선고를 의식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민주당, 법사위서 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
법사위(위원장 정청래)는 지난달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했다. 법무부와 법제처,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6개 기관의 예산안을 심사했고, 이 결과 총 412억 1700만원을 증액하고 705억 8400만원을 감액했다.
특히 법무부의 예산안 중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원과 특경비 506억 9100만원 등 586억원 전액 감액했다.
또한 법무부 산하의 인사정보관리단 경비 예산 4억1900만 원과 감사원의 특활비 15억1900만 원, 특경비 45억1900만 원도 삭감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활동에 쓰이는 돈이다. 현금으로 경비를 받아 쓰고 관련 부서장에게 일괄지급되며 영수증 증빙은 따로 필요 없다. 반면 특경비는 전국 검사 및 6~9급 검찰 수사관 등에게 지급되는 돈으로 수사요원활동비, 검거수사비, 수사·정보활동비 등으로 구성되며 수사와 감사 등 특정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실비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사용내역이나 지출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은 피감기관의 특활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 위원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는 입증된 것만 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며 “다음주 법사위에서 검찰 특활비 예산심사가 있다"며 "이미 예산결산소위에 영수증 첨부가 되지 않은, 입증되지 않은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라고 특별 지시해놨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위원회 의결로 삭감한 경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설령 증액되더라도 법사위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증액될 수 없다"며 "제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즉 민주당은 법무부가 특활비와 특경비에 대한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이를 실행에 옮긴 셈이다. 다만 정 위원장도 법무부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별도 간담회 형태의 예산소위를 다시 개최해 예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특경비 증빙자료를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법무부가 검찰 특경비 사용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현재 전국 주요 검찰청이 지난해 사용한 특경비의 일시·금액·장소 등 세부 지출 내용을 법사위에 제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특경비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수사 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원이 공개를 결정한 범위에 있는 특경비 내역만을 증빙자료에 담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특활비는 추가로 증빙자료를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수증이 남는 특경비와는 달리, 특활비는 마약이나 딥페이크 범죄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투입되는 비중이 커 사용 내역을 증빙할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액 삭감 끝까지 관철 방침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심사를 기점으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 법사위에서 예산 전액삭감을 주도한 장경태 의원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산 재증액을 하고싶으면 법무부에 특활비와 특경비 자료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와 출장비 등 7개 자료를 내라고도 요구했다. 예산안은 예결위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데, 예결위 단계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특활비와 특정 업무 경비 집행 내역의 상세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수사에 써야 할 국민 세금을 떡값, 용돈 등 사비로 전용했다면 명백한 공금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최고위원은 “검찰의 특활비 착복과 불법 전용에 대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법적인 혐의가 발견되면 철저히 수사하고 전액 환수 조치해야 한다”며 “검찰에 엄중히 경고한다. 예결위에서 특활비 부활전은 꿈도 꾸지 말라. 민주당은 반드시 특활비 삭감을 관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사 출신인 주철현 최고위원도 또한 같은 날 회의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특활비와 특경비 지출의 적정성을 확인할 일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예산안 심의 권한을 침해한 이상, 전액 감액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며 “기실 검찰 예산은 특활비와 특경비 부정 지출 뿐 아니라 그 편성 과정부터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최고위원은 “검찰 예산 독립 편성이 자신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라는 것도 잊어버린 윤 대통령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불법 예산을 승인해서 국회에 제출했다”며 “22대 국회는 불법 편성된 검찰 예산의 전액 삭감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서 법무부와 검찰의 고질적 불법과 적폐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의 박균택 의원은 또한 1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검찰에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검찰이) 의혹이 이는 예산에 대해 설명을 하라고 했는데도 자료제출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지금의 상황에 맞게 자료 제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전액 삭감된 반면 사법부 예산은 대폭 늘어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법사위에 따르면 대법원 소관 예산은 약 241억 원이 늘어났다. 공수처의 예산 또한 정부 원안보다 4억 5900만원이 증가했으며, 특활비 1억 1100만원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시민단체, 정청래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 고발
이처럼 민주당이 검찰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에 나서고, 반면 사법부 예산과 공수처 예산을 증액한 것을 두고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 행보를 보였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0일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정 의원은 법사위원장직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수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검찰청·감사원의 특활비 및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으로 활동 예산을 깎는 것'으로 비춰지는 검찰 특활비 삭감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11일 예결위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영수증을 전체를 제출을 해라. 그리고 그 사용처에 대해서도 다 제출을 해라. 이런 요구를 했는데, 특활비라는 것은 수사의 기밀성 때문에 그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영수증을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빌미로 해서 특활비 그리고 특정업무경비까지 삭감하는 그런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은 “검찰은 독자적 예산 편성 권한이 없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같이 편성하는 것”이라며 “무리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반복되는 건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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