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조이기…많이 판 회사 자본부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조이기…많이 판 회사 자본부담↑

투데이신문 2024-11-12 11:18: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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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화생명 본사 63빌딩, 삼성화재 서초사옥 [사진제공=각사]
왼쪽부터 한화생명 본사 63빌딩, 삼성화재 서초사옥 [사진제공=각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한화생명과 삼성화재 등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의 자본부담이 커지면서 보험료 인상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으로 달라지는 위험도 평가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일관성 부족한 개입으로 인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산출 시 원칙 모형을 제시했다. 지난해 보험업권에 신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무·저해지 상품을 중심으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커지자 단일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을 말한다. 일반 보험상품 대비 보험료가 약 10~40% 저렴하기에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들이 완납 직전까지 자의적으로 높은 해지율(중도 해지 비율)을 가정해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하고 보험계약마진(CSM)을 올려 실적 부풀리기에 나섰다고 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올해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하도록 한 내용이다. 이는 해지율이 낮게 잡히도록 산식을 바꿔 보험 계약 마진을 크게 잡을 수 없도록 한 방식이다.

이로 인해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에 우선적으로 타격이 클 전망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 4개사(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와 주요 손보 5개사(삼성‧DB‧현대‧메리츠‧KB)가 올 상반기 거둬들인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중 무·저해지보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한화생명과 삼성화재다.

한화생명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174억원으로 이 중 93%인 1097억원이 무·저해지보험이다. 이어 신한라이프 91%(583억원), 교보생명 81%(594억원), 삼성생명 67%(823억원) 순이었다.

삼성화재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1120억원 중 무·저해지보험은 703억원으로 63%를 차지했다. 이어 DB손해보험 39%(344억원), 메리츠화재 34%(200억원), KB손해보험 28%(201억원), 현대해상 22%(160억원) 순이다.

보험사들은 신회계기준 도입 이후 수익성 증대를 위해 무·저해지보험 판매를 늘려왔다. 실제 신계약 내 초회보험료 기준 무·저해지 상품 비중은 지난 2018년 11%에서 2021년 30%, 지난해 47%까지 증가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예견된 만큼, 의존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영업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지율을 현재보다 낮게 가정할 경우 상품의 손해율이 늘어나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연말부터 자본비율(킥스‧K-ICS)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고 이는 실적 악화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원칙모형 적용으로 예정 해지율이 낮아질 경우 보험료가 올라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매력도도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원칙모형 외 타 모형을 적용해 인상 요인을 통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해당 선택지도 사라졌다. 금감원이 11일 주요 보험사와 회계법인 경영진 간담회에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개선 관련 제시했던 원칙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을 선택한 회사를 집중검사할 것이라는 간접 경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지율 가정 손질은 책임준비금 규제로 금융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위험률과 이자율, 사업비 등 다른 요인을 조정하게 됨으로써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을 거스를 금융사는 없기에 정한 방침대로 따라야 하겠지만 그간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던 와중 급작스러운 변화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잦은 개입에 대한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신회계기준에 대한 대수술 또한 보험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시 후에도 일각에서 원칙모형 외 예외모형을 둔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나흘 만에 간담회를 통해 원칙모형을 준수하라는 간접 경고에 나선 점이 이목을 끌었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모호한 정책 방향과 개입으로 인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무·저해지보험 실적이 상승세를 탈 때는 모호한 기준을 두고 보다가 현재 시점에서 타이트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번복하며 개입하는 모양새라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보험사들은 단기 실적이 악화된다고 해서 소비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인상 외에도 당장 연말부터 보험사의 공격적인 절판 마케팅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우려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주지만 지속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생각된다”며 “일부 상승요인은 있지만 손해율과 이자율, 사업비율 등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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