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예산증액이 눈치보기?…대부분은 '국선변호인 보수'

대법원 예산증액이 눈치보기?…대부분은 '국선변호인 보수'

이데일리 2024-11-12 11:16: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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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25년도 예산안 심사 결과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검찰 쪽박, 법원 대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증액된 예산 대부분은 국선변호인 보수였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사해 10개 사업에 대해 246억 1900만원을 증액하고, 2개 사업에 대해 3억 8800만원 감액을 의결했다. 총액으로 보면 242억 3100만원이 순증액된 것이다. 이는 애초 2025년 예산안(2조 3126억 6600만원) 대비 1%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반회계 세출예산 심의에선 법원이 예산부족으로 밀린 국선변호인 보수 지급을 위한 예산이 증액됐고, 기금 지출에서도 18년째 동결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 증액을 위한 지출 기금 증액이 결정됐다.

◇대한변협도 국선변호 예산 증액 강력 요청

일반회계 세출예산에서 순증액된 대법원 예산은 183억 3800만원이다. 감액을 제외하고 증액은 187억 100만원이었는데, 이중 대부분은 그동안 예산부족으로 인한 일반 국선변호인 보수 미집행 이월액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선변호료 지원 예산 178억 6600만원이다. 나머지는 법원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사업비(5억원) 등이었다.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는 피고인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대법원의 증액 요구를 외면한 채, 올해 698억원이었던 국선변호료 예산을 534억원으로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 사이 대법원은 예산부족으로 국선변호사들에게 보수 지급을 연체하고 있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상황임에도 누적적으로 예산이 연체됨으로 인해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관련 예산 증액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여야 합의로 누적된 일반국선변호료 미집행액과 2024년 예상 부족액 해소를 위해 관련 예산 증액을 의결했다. 정부 예산안 대비 178억원 증액이지만, 전년도 관련 예산 대비로는 13억 8200만원 증액된 수준이다. 이는 미지급된 보수를 지급할 정도의 불과하다는 것이 법사위 측의 설명이다.

지난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사위는 이와 함께 올해부터 대법원 기금(사법서비스진흥기금)을 통해 지출되는 국선전담변호사 보수 지원 사업의 경우도, 정부의 지출계획액안(245억 9800만)에 보수 및 사무실 운영비 인상을 위한 38억 4800만원을 증액했다. 또 다른 기금 지출 증액은 노인의 사법지원 강화 사업(20억원)이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일정 기간 동안 국선변호 업무만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이다. 다른 수임 사건도 수행할 수 있는 일반 국선변호인과 달리 위촉기간 동안 국선변호사건만 수행해야 한다.

◇국선전담 보수, 18년째 동결→인재 유입 감소 우려

2004년 시범사업으로 11명이 처음 위촉된 것을 시작으로 점점 증가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234명의 국선전담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 시장의 어려움으로 2016년 15.2 대 1까지 높아졌던 국선전담변호사 선발 경쟁률은 올해 3.9 대 1까지 낮아지며 우수 인재의 유입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국선전담변호사 선호도 급감의 배경으로, 18년 동안 동결된 보수를 꼽는다. 국선전담변호사의 월 보수액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최하 600만원, 최고 800만원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보수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재정당국이 이를 거부했다.

더욱이 일반 국선변호인의 보수가 최근 3년간 인상되는 와중에도 국선전담변호사의 보수는 동결됐다. 지난해 2024년도 예산안 심사 당시에도 대법원이 월 100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선전담변호사가 주로 어려운 사건 위주로 맡고 있는데, 보수가 일반 국선변호인보다 낮을 정도로 급여 사정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2025년도 예산안에선 법조계의 지속적 보수 인상 요구에도 오히려 국선변호인 관련 예산이 감액되자, 대법원과 별도로 대한변협이 직접 나서 국선전담변호인 보수 인상을 위한 관련 기금 지출안 증액을 강력 요청했다. 법사위에서 특활비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여야는 국선변호인 보수 관련 예산 증액에 대해선 뜻을 같이 했다.

법사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재정당국의 국선변호료 삭감을 질타하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국선전담변호인들이 자기 돈을 내면서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보수를) 올려야 우수 인재도 유치할 수 있고 사무실 운영이 내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국선변호 건수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예산이 대폭 감액됐다”며 “특별히 신경 써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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