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인 학사제도 개편”…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논란

“비민주적인 학사제도 개편”…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논란

투데이신문 2024-11-12 10:51: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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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캠퍼스 내 부착된 대자보 일부. [사진제공=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 SNS 갈무리]<br>
동덕여대 캠퍼스 내 부착된 대자보 일부. [사진제공=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 SNS 갈무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동덕여자대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거센 반발에 나섰다.

1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부터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시위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명예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학 점퍼를 벗어두거나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 다 죽었다’ 등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나 피켓을 설치하며 공학 전환에 반대를 표했다. 

이에 더해 붉은색 라카 스프레이로 학교 내·외부 벽, 바닥 등에 반대 문구를 쓰기도 했다. 학교 앞에 설치된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의해 달걀, 페인트 등을 뒤집어쓴 상태다.

총학생회를 시작으로 각 단과대 학생회들도 대자보를 학교 건물에 이어 SNS에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및 철회 요구에 대한 연대서명에는 지난 11일 오후 1시 기준 2334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력대응위원회(이하 총대위)도 출범했다. 총대위는 본교의 공학 전환 논의에 대응해 학우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조직됐다. 이들은 △공학 전환 완전 철회 △총장직선제 △남자 유학생에 대한 자세한 협의를 목표로 본관 점거 △수업 거부 및 시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8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SNS에 입장문을 내고 “동덕여대는 지금 74년 간 내려온 뿌리와 창창한 이파리를 스스로 뜯고 있다”며 “공학 전환은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대학을 구성하는 여성의 지위를 상실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살아간다.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성착취 영상물 유포 사건 등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혐오 범죄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자대학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준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학교 측이 여성인 학생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학생의 기본 권리인 교육권조차 침해해 수업의 질을 낮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 의견 반영 없는 비민주적인 학사제도 개편과 더불어 여성의 권리마저 무너지는 학교 안에서 학생을 방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는 여자대학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며 “여성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조금 더 성숙한 태도로 여성의 교육에 임해야 하며 여자 대학의 설립이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 측은 남녀공학 전환이 학교 미래를 위해 제시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꼬집으며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 등을 비롯한 전문대를 포함하면 모두 14곳이다.

앞서 상명여대는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돼 상명대로 운영되고 있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통합했으며 대구에 있던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합쳐져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여대 존속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교육에서 배제된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설립 취지가 현시대와는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반면, 여전히 여대가 성차별 등 의제를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은 교육당국 인가 없이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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