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는 현대 감독들이 가장 고민하는 수비 방식에 있어 꼭 필요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졌다.
독일의 아마추어 축구 분석가 크리스티안 폴만은 소셜미디어(SNS) X에 바이에른뮌헨 수비수 김민재를 집중 분석하는 글을 공개했다. 독일은 아마추어 분석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개인적으로 축구 전술 분석 사이트를 운영하던 르네 마리치가 프로팀의 스카우트를 받아 현재 바이에른뮌헨 코치로 일하고 있을 정도로, 식견이 있다면 선수경력은 문제삼지 않는 풍토다.
이번에 집중 분석된 한 장면은 바이에른의 가장 최근 경기였던 장크트파울리 원정 1-0 승리다. 김민재는 이날 다요 우파메카노와 짝을 이뤄 최후방을 지켰다. 바이에른이 여러 포지션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경기력이 평소보다 약간 떨어졌고, 김민재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더 지능적인 수비가 필요했다.
전반 43분 상황에서 바이에른 미드필더 요주아 키미히가 왼쪽으로 치우친 중원에서 공을 잡은 상황이다. 키미히는 짧은 패스를 줄 곳이 없자 반대쪽 측면으로 롱 패스를 해보려 하지만 수비가 읽고 가로챘다.
이때 상대 역습을 미리 방지하는 김민재의 위치선정이 포인트다. 김민재는 키미히가 공을 잡았을 때부터 편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공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는 걸 빠르게 눈치채고 이미 전진하고 있다. 만약 키미히가 공을 놓칠 경우, 상대 역습의 가장 유력한 루트는 스트라이커 요하네스 에겐슈타인을 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대형을 벗어나 에겐슈타인에게 더 붙어 있던 김민재의 위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떨어진 공을 쉽게 주워 공격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날 바이에른 빌드업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에 고작 23초 뒤에 또 공격이 끊겼다. 이때도 김민재가 확실한 위치선정으로 공을 따내면서 바이에른은 언제 잃어버렸냐는 듯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한 분석은 바이에른의 베테랑 선수 토마스 뮐러의 “때때로 더 올라가 있는 것이 더 수비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김민재가 뛰어난 예측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리그 최고의 가로채기 담당 선수가 될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 레스트 디펜스, 현재 수많은 감독들의 연구 과제
우리 공격숫자가 많이 올라가 있을 때, 필연적으로 상대의 역습을 허용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근 공격에 많은 숫자를 투입하는 감독들이 빅 리그에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감독들은 싱대 역습에 대비할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후방에 남아있는 선수들만으로 하는 수비를 레스트 디펜스(rest-defence)라고 부르는데, 최근 유럽 축구의 화두로 떠오른 부분전술이다. 파비안 휘르첼러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 감독,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을 비롯해 전술적으로 많은 연구를 하는 감독들은 직접 언급하든 현지 매체에서 분석하든 레스트 디펜스에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돼 왔다.
바이에른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만 후방에 남겨놓고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 8명이 모두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후방에 있는 2~4명만으로 어떻게 상대 역습을 방어하는 최선의 판단을 하는지가 레스트 디펜스의 핵심이다. 오랫동안 상대 역습 대비는 후방에 남아 있는 수비수들의 임기응변에 맡겨야 하는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후방에 남아 있는 선수들이 어떤 모양의 대형으로 설 것인지, 상대 공격수에 따라 어떻게 위치를 조정할 것인지, 상대 공격수의 배후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몸의 각도를 취하고 있어야 따라 뛰는 게 가장 빠른지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콩파니 감독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붙잡고 이야기하는 수비의 디테일도 보통 레스트 디펜스에 대한 것이다.
김민재의 운동능력과 예측능력은 레스트 디펜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좋은 자질이다. 센터백에게 그만큼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 현대축구의 흐름인데, 김민재는 몸 상태만 정상이라면 부담을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리스티안 폴만’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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