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치러 6시간 30분간 배편으로 포항행…"마지막 순간까지 최선"
(포항·울릉=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이제까지 준비한 시간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12일 오전 9시 경북 포항 라한호텔 세미나실에 모인 울릉고 3학년 수험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문제집을 펼쳤다.
한승윤(18) 양은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마음이 불안하긴 하지만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울릉고 고3 수험생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뱃길에 오른다.
울릉도에는 수능 시험장이 없어 가장 가까운 포항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능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11일 낮 12시 20분께 수험생(여학생 13명, 남학생 9명) 22명은 두 담임교사와 교장 선생님 인솔 아래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울릉 사동항에 응원 나온 가족과 주민은 수험생들을 배웅하며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6시간 30분, 거센 물살을 가른 울릉고 수험생들은 포항여객선터미널을 거쳐 오후 7시 20분이 되어서야 포항 라한호텔에 도착했다.
수험생들은 2인 1실 배정을 받은 뒤 간단한 저녁 식사 후 세미나실에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고 밤 9시가 돼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수험생들은 이날 오전 9시 첫 자습으로 육지에서의 짧은 수험 생활에 돌입했다.
권세희(18) 군은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고 수능날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임 교사 이동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수능은 인생을 결정하는 모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며 "마음을 편히 갖고 준비한 대로 시험에 임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다독였다.
이들은 예비 소집일인 오는 13일 포항 두호고에 집결해 수험표를 받게 된다.
시험장은 예년처럼 성별을 나눠 포항 시내 시험장 3∼4곳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이 육지로 나와야 하는 울릉도와 달리 제주도에는 이날 오후 수능 시험지가 항공편으로 운송될 예정이다.
울릉도에는 공항이 없어 기상 여건에 따라 시험지 배송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고등학교도 울릉고 한 곳뿐이어서 시험 운용이 어렵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육지로 나와서 수능을 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 오래전부터 울릉고와 협의를 했다"라며 "울릉공항이 완공하면 교육부 차원에서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고 수험생들이 육지에서 수험을 치르는 비용 1천400만원 전액은 경북도교육청 예산에서 지원된다.
뱃삯은 1인당 편도 7천원, 숙박비는 1인당 하루 6만원가량으로 책정됐다.
조영철 울릉고 교장선생님은 "결과가 어떻든 지금까지 과정이 여러분을 한층 더 성장하게 했을 것"이라며 "긴 시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여러분 자신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경북 지역 수험생은 모두 1만9천856명이고 고사장은 모두 74곳이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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