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김형민 기자 =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사기는 비단 세입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부동산거래로 피해를 본 세입자들의 대위변제를 담당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유병태)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관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누적되고 있으며, 그 대위변제를 도맡은 HUG의 재정 구조도 수익성 감소로 점차 황폐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8일 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전년동기(1조8525억 원) 대비 43.5% 늘은 총 2조6591억 원에 달한다. 상반기 사고 건수도 전년 대비 늘은 1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빌라를 중심으로 사고가 지속된 데다, 역전세 파동까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월별로 살펴보면 공사의 대위변제액은 2월 6489억 원, 3월 4938억 원, 4월 4708억 원, 5월 4163억 원 등으로 점차 감소세를 기록한 모습이다. 다만 정부와 사정당국의 규제 노력에도 전세사기가 이어지면서 월 변제 규모가 3~4000억 원대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어 올해 총 변제액 규모도 4조 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전세사기 피해는 HUG에게도 재정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역대급 적자 규모인 3조8598억 원을 기록했다. HUG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보면서 공사 재정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공사는 대위변제로 지출된 금액을 사고주택 경매 및 매각으로 회수하는데, 부동산 침체에 매각부터 쉽지 않아 회수율이 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가뜩이나 부동산 사고가 빈발한 빌라의 경우 아파트 등 타 주거형태에 비해 시세도 저렴한 편이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경매의 경우도 통상 사고주택 매매가의 최대 80% 수준으로 시세가 책정되는 만큼, 전세사기가 횡행할수록 공사의 적자도 가속화하는 구조다. 실제 대위변제가 폭증했던 지난해 공사의 부채비율도 116%대로 전년(35%) 대비 무려 3배 수준 늘어났다.
문제는 임박한 임대차 만기와 함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피해도 추가로 누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HUG의 대위변제 및 수익률 감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전사세기 피해자 구호에 총력을 펴고 있다. 정부의 ‘선지원 후회수’ 방침에 실질적 피해구제를 맡은 HUG의 재정구조도 악화일로가 불가피한 셈이다.
HUG, 전세사기 지속과 저조한 회수율에 경영평가 ‘뚝’
공사는 전세사기 파동에 직격탄을 맞으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것이다. 공사는 재정운용 역량과 무관하게 전세사기라는 대외 요인에 의해 이같은 상황에 처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공사 관계자는 <소비자경제> 에 “부동산 보증 및 피해구제는 우리 공사의 핵심 업무다. 그런데 사기 사례가 폭증하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 재정 지출이나 부채가 크게 늘면서 재정 리스크도 커졌다”며 “문제는 대위변제 회수율인데,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경매를 내놔도 수요가 없다. 재매각 역시 기존 시세 대비 50~60% 수준에서 회수되는 사례도 있다. 경영평가 하락을 예상했다지만 걱정”이라고 했다. 소비자경제>
실제 공사의 전세사기 대위변제액 회수율도 감소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19년 58%였던 연간 회수율은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 등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심지어 지난해 공사의 대위변제 회수율은 14.3%에 불과했다.
이 밖에 주택도시기금 감소도 공사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차장은 “주택도시기금은 HUG가 보유한 여유자금이 아니라 나중에 돌려줘야 할 빚”이라며 “주택도시기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도 사용돼야 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사는 중장기 방안인 임대주택 공급만으론 자력회복이 어렵다고 판단,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상태다. 유병태 사장은 “주택 매매·전세 가격이 2022년 5~7월 정점을 찍은 만큼 올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은 사고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며 “상반기 중 대위변제가 지난해 하반기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협의해 전세반환보증 보증료율 현실화를 검토하겠다”며 “보증료율을 현실화해도 가입하는 임차인에게 부담돼선 안 된다는 전제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HUG는 국민 주거안정 차원으로 추진되는 정부 주도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사업을 전개 중이다. 유례없는 역전세 파동을 겪고 있는 비아파트 전세시장 정상화의 일환으로 보증금 사고에서 자유로운 임대주택을 적극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전세사기를 줄이고, 비아파트 입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HUG 관계자는 본지에 “임대주택의 경우 중장기 플랜이라 우리 공사의 단기적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 주도의 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면 대위변제 감축으로 점차 재정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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