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당연한 결정이다.
새 감독을 골랐으면 그를 전폭 지지해야 한다. 감독에게 불편한 존재들이 있다면 구단이 먼저 나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임시감독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보여준 실력은 훌륭하고, 구단 레전드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39살 후벵 아모림 신임 감독을 밀어줄 차례다.
판 니스텔로이가 소방수 역할을 하고 맨유를 떠난다. 스스로는 남는 방법을 찾았지만 아모림 감독 밑에서 그가 차지할 공간은 없다.
맨유는 1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 니스텔로이와 코치들이 맨유를 떠난다"며 "판 니스텔로이는 임시감독으로 지난 4경기 동안 팀을 이끌었다. 그는 맨유의 레전드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판 니스텔로이의 공헌, 임시 감독 역할에 접근하는 방식에 감사를 표한다. 그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항상 환영받을 것이다. 또 르네 하케, 옐레 텐 루웰라르, 피터 모렐 코치도 떠났다. 구단은 모두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에릭 텐 하흐 휘하에 있던 코치들이 모두 맨유와 작별할 것임을 알렸다.
맨유는 조만간 아모림 감독과 함께 할 코칭스태프들을 발표한다.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 여름 맨유에 온 뒤 같은 네덜란드 국적 텐 하흐 감독을 보좌했고 텐 하흐 감독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경질된 뒤엔 아모림 감독이 오기 직전 4경기를 맡아 3승1무라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 2006년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쫓기듯 떠났으나 18년 만에 올드 트래퍼드에 돌아온 셈이었다.
그러다보니 텐 하흐 감독 경질 이후 임시감독을 맡으면서도 맨유에 계속 남기를 원했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과욕이었다.
맨유가 판 니스텔로이를 내보내지 않을 경우 아모림 신임 감독 체제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끝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맨유는 지난 2013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구단에 프리미어리그 13차례 우승을 이끌고 떠난 뒤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되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낸드, 개리 네빌, 드와이트 요크 등 맨유의 영화를 이끌던 레전드들이 끝 없이 훈수를 두고 쓴소리를 했다. "우린 잘 했는데 너흰 왜 그러냐"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감독에 대한 훈계 비슷한 발언도 서슴치 않게 나왔다.
구단 밖에 있는 레전드도 그럴 지경인데, 판 니스텔로이처럼 내부에 코치직으로 머무르게 되면 아모림 감독에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하다.
심지어 아모림 감독은 1985년생 39세로 젊은 감독이어서 맨유 안팎에서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판 니스텔로이가 남아서 선수들을 확실하게 휘어잡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미 판 니스텔로이 퇴단은 어느 정도 예고횄다. 스포르팅 리스본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12일 맨체스터에 도착한 아모림이 스포르팅 마지막 경기인 지난 11일 브라가전 4-2 대승 직후 판 니스텔로이 거취를 직접 논할 것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퇴진이다.
2022-2023시즌 PSV 에인트호번에서 감독을 맡아 FA컵 우승을 이끈 뒤 사임했던 그는 1년 공백을 딛고 지난 여름 코치로 왔다.
텐 하흐 감독 물러난 뒤 임시감독으로는 훌륭했다. 레스터 시티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경기에서 5-2 대승을 거두고 첼시와 1-1로 비기는 등 인상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다. PAOK(그리스)를 상대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그리고 가장 최근 경기였던 프리미어리그(PL) 레스터전에서도 각각 2-0과 3-0 승리를 챙기면서 임시 감독 체제를 무패로 마쳤다.
그러다보니 맨유 선수들도 판 니스텔로이를 어느 정도 지지하고 인정한 모양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브루누 페르난데스는 레스터전 3-0 대승 이후 "판 니스텔로이는 맨유를 사랑한다"며 "그는 선수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한다. 그는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들고, 팀이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센터백인 마테이스 더 리흐트 역시 판 니스텔로이가 1군에 남아서 자신들을 도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판 니스텔로이도 그런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언젠가 맨유 감독이 되고 싶다. 나는 여기에 코치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 이 점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매늉에 온 것은 내게 특별한 일이다. 코치로서 이 여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느꼈지만 나는 분명히 감독직을 맡고 싶은 분명한 야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 발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판 니스텔로이는 처음엔 텐 하흐 감독이 떠난 뒤 자신이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내가 보좌하던 감독이 떠난다면 나도 나가는 게 맞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점점 말이 바뀌어 신의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를 태세였다.
야망은 알겠지만 그래서 맨유는 판 니스텔로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를 정확하게 실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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