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선행산업인 해운 특성상 HMM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홍해 사태라는 예상 밖 호재를 만나 선전하는 모습이다.
다만 HMM의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정부 지분이 더 확대돼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3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HMM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을 3조3258억 원, 영업이익을 1조1122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영업이익률 33.4%에 해당한다.
예상대로라면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67% 급증하며,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단 한 분기 만에 기록하게 된다. 이는 2022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다시 돌파하는 성과다.
원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HMM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홍해 항로가 불안해졌고, 수에즈 운하 병목 현상까지 발생하며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기 시작하면서 해상 운임이 상승세를 보였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전주 대비 28.14포인트 오른 2331.58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6% 상승했다.
HMM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은 매각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으로 정부 보유 지분이 67.05%(산업은행 33.73%, 해진공 33.32%)로 늘어나며 매각이 더욱 복잡해졌다.
HMM의 시가총액이 약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재, 정부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HMM을 인수할 만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월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던 하림이 자금 조달 문제로 인수를 포기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더욱 덩치가 커진 HMM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선박 인도 증가와 수에즈 운하 정상화가 운임 하락을 유도할 수 있지만, 선사들이 공급 조절에 나서면서 급격한 운임 하락은 방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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