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부하 장교 강간미수 사건'과 관련해 군이 가해자를 비행단 내에 머물게 하는 등 적극적인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무분별한 2차 가해를 했으며, 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센터 설명에 따르면, 공군 제17비행단은 성폭력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이 끝났음에도 '나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다. 토요일에 이동하고 싶다'는 가해자 A 대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비행단에 머물게 했다.
다음날 A 대령은 가해 직전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부하들에게 연락해 본인에게 유리한 답변을 받아내려는 질문을 했으며, 일부에게는 '전대장실로 들어오라'고 명령해 대면 면담을 강요했다.
그동안 공군은 피해자인 초급장교 B 소위에게 '고소를 원한다면 고소장 서식은 인터넷에 있으니 서식에 맞춰 경찰에 제출하라'는 기초적인 안내 외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국방부 매뉴얼에 따라 공군 수뇌부가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어야 함에도 공군참모총장은 해당 사건이 처음 공론화된 같은 달 31일 처음 사태를 인지하는 등 정상적인 사건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센터의 주장이다.
센터는 "2021년 공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방치하다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가 사망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겪고도 공군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며 "끔찍한 전례가 있음에도 성폭력 사건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공군 제17비행단장과 공군참모총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 대령의 면담 강요 행위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며, 경찰은 추가적인 범죄 피해 및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즉시 가해자 전대장에 대한 긴급체포 및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강제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에 따르면, A 대령은 지난달 24일 관사로 이동하던 중 "공군에 계속 있게 면 세 번은 나를 보게 될 거다"라며 부하 장교인 B 소위의 손을 만졌고, 관사에 도착한 후에는 자신의 관사로 갈 것을 강요하다 거절당하자 성폭행을 시도했다.
B 소위는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 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완강히 거부했으나 A 대령은 성폭행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B 소위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채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다음날 B 소위는 다른 상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해 A 대령과 분리됐다. 그러나 지난 26일 A 대령은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간부들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서 자신을 유도한 것처럼 질문하며 간부들의 대답을 녹취했다. 해당 간부들은 이 같은 상황을 B 소위에게 알려 2차 가해 상황을 파악하게 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군인 등 강제추행,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A 대령을 고발했다. 또한 전날 B 소위 측 대리인은 A 대령이 "내가 너를 이렇게 잘 봐주는데 부모님께서 뭐 비싼 선물은 안 주시냐"며 뇌물을 강요한 점에 대해서도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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