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세계 3쿠션 역사에 전례없던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17세의 최연소 프로당구 선수 김영원이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PBA 투어를 마침내 우승했다. 당구에 입문한지 불과 5년, 프로당구(PBA) 투어에 데뷔한지 불과 2년 7개월, 941일 만에 달성한 놀라운 우승이다.
11일 오후 9시 30분에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영원이 오태준(크라운해태)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투어 6승'의 상승가도를 달리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2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온 김영원은 결승에서도 오태준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우승상금 1억원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프로당구 투어 최연소 챔피언은 LPBA 김예은(웰컴저축은행·20세 11개월 13일)에서 17세 24일의 김영원으로 바뀌었다.
1세트부터 치열하게 불꽃이 튀었던 승부는 2세트까지 김영원이 승리를 거두면서 일찌감치 균형이 깨졌다. 김영원은 두 세트를 승리하는 동안 총 17이닝에 30점을 득점하고 완벽하게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3세트를 내준 김영원은 다시 4세트와 5세트를 모두 가져가며 완승을 거두고, '프로당구 최연소 챔피언'과 동시에 세계 3쿠션 역사상 최초로 10대 선수의 프로 무대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김영원이 우승하는 과정에서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승전 1세트 7이닝에 오태준의 7점타를 맞고서 9:11로 역전을 당해 경기 초반부터 어려운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4점타로 반격해 13:11로 전세를 뒤집었고, 8이닝에 다시 13:13 동점이 됐지만 후공에서 앞돌리기와 길게 비껴치기 대회전을 차례로 득점하며 15:13으로 승리했다.
2세트에서는 5이닝까지 3-2-1-2-4 연속타로 12점을 득점하며 1세트 후반부부터 8연타석 득점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12:4로 승기를 잡은 김영원은 세 차례 공격에 실패했지만, 9이닝에서 남은 3점을 모두 득점하고 15:5로 2세트도 따냈다.
2-0의 리드를 잡은 김영원은 3세트에 5이닝까지 7득점으로 잠시 주춤한 사이 오태준에게 반격을 당해 6이닝 만에 7:15로 패하기도 했다.
이어 접전이 벌어진 4세트에서는 8이닝까지 12:3으로 크게 앞서다가 14:12로 추격을 허용했으나, 오태준의 공격이 충돌로 실패한 후 다음 12이닝 공격에서 옆돌리기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15:12로 승리, 세트스코어 3-1로 앞섰다.
승리까지 한 세트가 남은 김영원은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2이닝에 6점을 득점하고 3이닝과 4이닝에 2점씩 보태며 10:4로 앞선 김영원은 역사적인 우승까지 단 5점이 남게 됐다.
5이닝에 오태준이 3점을 따라붙어 점수는 10:7. 후공에서 김영원은 비껴치기 난구를 풀어내며 득점에 성공해 한 점을 달아났고, 6이닝에는 수구를 길게 끌어서 다시 한번 어려운 배치를 성공시키며 12:7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점수는 단 3점. 오태준의 큐가 두 차례 침묵을 지키자 7이닝에 김영원은 먼 거리의 제1적구를 정교한 두께로 맞춰 앞돌리기를 정확하게 성공, 13:8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8이닝에 마침내 뒤돌리기와 옆돌리기로 마지막 2점을 득점하고 15:8로 승리를 거두며 역사적인 우승을 완성했다.
당구 입문 5년 만에 '프로 정상'
"개막전 결승 패배로 많은 걸 배웠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영원은 "프로당구 출범 때 당구에 입문했다. TV로 PBA 투어를 보다가 나도 PBA라는 무대에서 꿈을 갖고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라며 프로당구에 도전한 계기를 밝혔다.
김영원은 2019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큐를 잡고서 2년 뒤 중학교 2학년 때 학생당구대회 중등부를 세 차례 우승하며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16일에 프로당구 2부 드림투어로 마침내 꿈의 무대에 첫 발을 대디뎠다. 데뷔전부터 김영원은 애버리지 2점대를 치고 하이런 16점을 쏟아내며 심상치 않은 실력을 보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프로당구 선수들을 상대해 이러한 경기력을 보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 22-23시즌은 3부 챌린지투어로 내려갔으나, 3차전에서 준결승까지 올라오며 사상 첫 4강 입상에 성공했다.
다음 23-24시즌에는 드림투어 3차전에서 4강, 4차전과 5차전을 연속 결승에 진출해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24-25시즌 1부 투어 정식 데뷔를 확정했다.
1부 투어에는 먼저 22-23시즌 7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와일드카드로 처음 출전했으나, 128강에서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에게 패했다.
8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은 김영원은 이번에는 조재호(NH농협카드)에게 패했지만, 프로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승부치기 접전을 연출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3-24시즌에도 5차례 1부 투어에 출전해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에서는 에디 레펀스(SK렌터카)에게 128강에서 3-1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하며 꿈의 무대에서 첫 승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정식 1부 데뷔어가 된 이번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김영원은 '아시안게임 황태자' 황득희(에스와이)를 비롯해 응우옌득아인찌엔(하이원리조트),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 등 해외 강자들을 연파하고 사상 최연소 결승 진출 기록을 세웠다.
비록 결승에서 강동궁(SK렌터카)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당구계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당구에 입문한지 불과 5년, 16세 8개월 6일의 나이로 PBA 투어 정상을 바라본 김영원은 이때의 패배 경험을 밑거름으로 이번 6차 투어에서 결국 정상에 올라섰다.
김영원은 "개막전 때 정말 아프게 결승을 지고나서 많은 걸 배웠다. 그 경험이 너무 값지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김영원은 최연소 챔피언과 함께 역대 PBA 투어의 22번째 우승자이자 한국 선수 중 11번째 챔피언에 올랐고, 비팀리거 중 두 번째 우승자로 기록됐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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