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문체부는 11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이기흥 회장의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및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직원 부정 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금품 수수 등),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의 혐의로 이 회장을 포함한 8명을 수사 의뢰했다.
이어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국무조정실 점검단 및 스포츠윤리센터의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그걸 받으면 우리(문체부)에게 징계를 요구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회장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아마 수사가 본격화되면 점검단 발표내용 이상으로 훨씬 많은 비리가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 운영 관련 법률 제52조의 3(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 제2항에 따르면 ‘주무 기관의 장은 공공기관의 임원이 금품 비위, 성범죄, 채용 문제 등의 비위 사실이 있거나 혐의가 있는 경우로 제1항에 따른 윤리경영을 저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공공기관 임원에 대해 수사기관(검찰·경찰)과 감사원 등 감사기관에 수사나 감사 의뢰를 해야 하며 해당 임원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단 절차상 문체부의 직무정지는 자연스런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법률상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며, 대한체육회장 역시 공공기관 임원에 해당된다. 내년 1월 14일 예정된 제42대 회장 선거 출마를 통해 3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 이 회장로선 이번 직무정지 조치가 치명적 악재다. 이미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이 회장에게 선거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내부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더 위태롭다.
당초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현안질의도 열릴 계획이었으나 증인 채택된 이 회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며 결국 진행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에 참석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기구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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