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대학생들의 집회를 경찰이 강경 진압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골단’을 거론하며 사안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장외집회에서 경찰 강제진압 후 11명 연행
앞서 경찰은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윤석열 퇴진 국민운동본부’의 ‘1차 퇴진 총궐기 집회’가 사전 허가 범위를 넘어섰다며 바리케이트를 치고 추립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집회에 합류하지 못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부상자가 발생했고, 총 1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입건 전 내사 과정에 있는 경찰은 집회에서 불법 행위를 사전에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집회 주최자인 집행부에 대해 내사중이라며 위원장 등 7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며, 연행된 11명에 대해 조사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연행된 민주노총 조합원 10명 등 11명 중 일부에 대해서는 현재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고, 경찰 통제선을 침범해 경찰관을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이런 조치에 민주노총과 야권은 즉시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집회 관리가 당시 과도했고 허가된 집회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노총은 9일 성명을 내고 “특수진압복으로 무장한 경찰이 집회장소로 이동하던 조합원들을 갑자기 방패로 밀어붙이며 충돌을 유발했다”며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 10명이 폭력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조합원 다수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조합원은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어 앰뷸런스로 후송됐고, 고령 여성 조합원이 길에 쓰러져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충돌을 유도한 경찰 난입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권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발악”이라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장을 열고 있는, 가장 위력한 존재인 민주노총에 대한 공포의 발로이다. 윤석열 정권에 경고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관련된 집회에서 강경 진압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일 부산광역시 국립부경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국민투표' 허용을 놓고 큰 논란이 일었는데, 경찰력 100여 명이 투입돼 총장실 앞에 드러누운 학생들을 강제 연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창민 ‘목덜미 진압 사건’에 야5당 기자회견 열어 규탄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진압 과정에서 목덜미를 잡힌 것에 대해서 야권은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한창민 대표를 포함한 민형배, 용혜인 등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의원 35명은 11일 “폭력 진압은 명백한 국회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지지율 17%로 파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불안감과 불순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 무도한 정권이 휘두를 마지막 카드는 결국 물리적 폭력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장에서 연행된 11명의 노동자를 당장 석방하라. 구속영장 청구 등 적반하장의 강제적 사법 행위가 이뤄진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며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이번 폭력 진압의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하며, 국회와 노동자 시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폭력 진압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련성을 명백히 밝히고,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면서 “향후 경찰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집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민들의 평화 집회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최근 경찰 강경진압, 백골단 떠오르게 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지난 토요일에 우리 대한민국 경찰 행태가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엄청난 수의 경찰들이 중무장을 하고 시위대를 파고들고, 또 시위대를 좁은 공간에 가두려고 하고, 급기야 국회의원을 현장에서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폭력 경찰, 그 모습이 떠올랐다”며 “사과탄 주머니를 옆에 찬 소위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하려고 대기하고, 시위대들이 평화 시위를 하면 시위대 속에 사복 경찰 프락치들이 침투해서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게 먼저 화염병·돌을 던지고, 그것을 빌미로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그 현장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경찰의 표적이 바뀌고 있다. 누군가 지휘했을 것”이라며 “모범적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이제 독재화 길을 걷고 있단 비난 받는 것에 더해서, 이제는 조만간 거리로 나선 국민이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할 때 경찰에 구타를 당하고 피 흘리는 상황이 벌어질 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연행한 사람들을 전원 구속하겠다는 보도도 나온다.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주권자인 국민은 그런 폭력과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라.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유발하려는 윤석열 정부는 국정을 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인가”라고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강경진압 논란, 절대 동의할 수 없어”
경찰은 이러한 ‘강경진압 논란’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절차를 전부 다 준수했다”며 “종결 처분을 요청했고, 해산 명령도 세 번이나 했다. 그래도 안 돼서 최소한의 통로를 열자고 한 것이며, 통로를 개척한 것이 강경진압이라고 하는 것은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조 청장은 집회 참가자들 중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경찰도 부상자가 105명”이라며 “골절도 있고, 인대 파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회에 대해 경찰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집회의 권리를 보장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조화가 필요하다”며 “그 경계가 법률이고 국회가 정해준 선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공권력”이라고 덧붙였다.
한창민 의원의 목덜미를 경찰이 잡고 진압한 사건에 대해서 조 청장은 “확인된 것인가? 영상이 있으면 인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와 한 의원의 페이스북 등에는 경찰이 한 의원의 목덜미를 잡고 진압하는 영상이 올라온 상황이다. 이에 조 청장은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넘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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