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보고 싶어요. 우선 입금부터"..'성매매 알선' 스팸 사기 경험해보니

"오빠 보고 싶어요. 우선 입금부터"..'성매매 알선' 스팸 사기 경험해보니

이데일리 2024-11-11 15:57:49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오빠가 궁금해요. 간단한 인증만 하면 만날 수 있어요.”

데이트나 성매매를 알선해주겠다는 해외 발송 스팸 문자메시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살갑게 남성에게 접근해 긴 시간 대화를 이어갔고 결국 만남을 위해선 입금을 요구하고 돈이 들어오면 메시지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같은 사기에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지만 해외 발송 스팸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스팸 문자를 걸러낼 수 있는 도구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기자가 성매매 알선 해외 발송 스팸 문자를 통해 만난 B와 대화를 나눈 내역. (사진=김형환 기자)


◇10분만에 女와 연결…“오빠 사진도” 유혹까지

11일 본지 기자가 직접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해외 스팸 성매매 알선 문자 메시지에 연락을 취해봤다. 연락을 취하자 ‘데이트 플랫폼 고객센터’ 담당자라고 주장하는 A는 나이와 거주지 정보를 요구했다. 나이와 장소를 알려주자 ‘근처에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도용으로 의심되는 여성 사진 10여장을 보내왔다. 사진 중 한 명의 여성을 고르자 ‘데이트 절차와 규정을 설명해드리겠다’며 데이트 비용은 없지만 회원 인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후 여성과 약속을 잡은 뒤 인증을 하라고 설명한 A는 다른 텔레그램 아이디를 전달했다. 이렇게 연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후 사진 속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B에게 인사하자 약 1분 만에 ‘안녕하세요’라는 답변이 왔다. 좀 전 받았던 사진을 올리며 ‘오빠가 저와 데이트 신청한 것 맞죠’라는 대답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사진을 보낸 B에게 ‘이쁘다’라는 덕담을 건네자 감사하다며 “오빠가 궁금하다”며 기자의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만남을 요구하며 인증 절차를 B에게 묻자 ‘너무 빠르다’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자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B는 인증은 무료이고 이 과정으로 여러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B는 기자에게 이상형, 취미를 묻기도 했다. 대화를 통해 연애 감정을 유발하려는 듯 보였다.

대화 끝에 ‘오늘 만나자’는 기자의 제안에 ‘그럼 인증을 받아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시 A에게 연락을 취하자 약속을 잡았다는 인증을 전달해달라며 B와의 대화 캡처본을 요구했다. 캡처본을 보여주자 A는 ‘우리는 프리미엄 만남 서비스로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3단계의 인증을 요구한다’고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1단계 인증으로 5만 2000원을 입금하면 수수료 10%를 붙여서 5만 7200원으로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왜 돈을 돌려주냐는 질문에는 ‘프리미엄 회원으로 광고를 붙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상함을 느껴 ‘사기가 아니냐’라고 역으로 질문하자 거듭 부인하던 A는 텔레그램 대화창을 지우고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이같은 사기를 당한 이들의 후일담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6월쯤 사기를 당했다는 C씨는 “연락이 닿은 여성이 워낙 대화가 잘 통해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며 “큰 금액도 아니고 7만원 정도를 입금하니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고 사기임을 깨닫고 환불을 요구했으나 자취를 감췄다”고 토로했다.

본지 기자가 받은 데이트, 성매매 알선 해외 발송 문자메시지. (사진=김형환 기자)


본지 기자가 성매매 알선 해외 발송 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낸 A와 나눈 대화. 인사를 하자 10여명의 여성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김형환 기자)


◇스팸 늘어나는데 대책은 ‘전무’…“AI 이용해야”

이같은 성인광고 스팸 문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인광고 문자스팸은 올해 1~9월 996만 7534건으로 지난해(978만 1355건)을 이미 넘어섰다. 5년 전인 2019년(51만 4254건)과 비교해보면 무려 20배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이같이 해외에서 발송되는 스팸 문자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송되는 스팸 문자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을 근절하고 대량문자전송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제발송의 경우 규제를 모두 적용할 수 없다. 게다가 통신망상 미리 문자 내용을 확인해 검열하는 것도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법이라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AI를 이용해 스팸 문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도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정부가 (해외 사업자 처벌을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서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현행법과 환경 등으로 인해 한계성이 뚜렷한 만큼 AI를 이용한 스팸 문자 차단 툴(도구)을 개발, 이를 적극 배포해 불법 스팸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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