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곧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손흥민의 체력과 경기력 등 전체적인 컨디션 관리를 위해 클럽팀과 국가대표팀의 협력을 강조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에 과연 진심이 담겨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토트넘 홋스퍼와 한국 축구대표팀이 협력해 손흥민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승격팀 입스위치 타운과의 경기에서 팀의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손흥민을 90분 동안 기용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승격팀 입스위치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토트넘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밀려 10위로 떨어졌다.
이날 토트넘은 홈에서 전반전에만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후반전 들어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지피는 듯했으나, 무딘 토트넘의 공격으로는 입스위치의 수비를 뚫어낼 수 없었다. 결국 토트넘은 애스턴 빌라전 4-1 대승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번 시즌 10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던 입스위치의 첫 승 제물이 됐다.
부상에서 돌아와 빌라전에 이어 또다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10분경 교체됐던 빌라전과 달리 입스위치와의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입스위치전에서 세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체력 분배보다 부상당한 선수, 혹은 팀의 공격적인 선택을 위해 교체카드를 꺼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빌라전에서 손흥민을 예상보다 일찍 교체하면서 손흥민의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이른 교체가 예상됐다. 그러나 후반전 초반에 동점골을 넣었던 빌라전과 달리 입스위치전에서는 동점골 터지는 시간이 늦었고, 이후에도 역전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장에 뒀다.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본인이 입스위치전을 앞두고 했던 말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입스위치전에 앞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클럽과 국가대표팀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짚은 바 있다.
당시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홋스퍼와 한국이 손흥민의 장기적인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손흥민의 훈련은 전적으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을 주목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주장인 손흥민을 다시 팀에 복귀시키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했으며, 클럽과 국가대표팀이 협력해 손흥민의 상태를 양 팀에 최적화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ESPN'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국가대표팀 감독과 그들의 계획에 관여하는 것을 꺼려한다"며 손흥민의 체력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언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호주 대표팀의) 감독이었을 때 구단의 감독이 내게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말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거기에는 협력적인 접근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건강한 쏘니(손흥민), 즉 신체적으로 좋은 상태에서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최근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월 A매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말한 내용이다.
당시 홍 감독은 손흥민을 11월 A매치 명단에 포함시켰으나 "손흥민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서 다시 경기장에 돌아왔다. 우리 팀 역시 계속 손흥민 선수의 출전 시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소집 전 두 경기가 남아 있고,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출전 시간을 얼마나 늘려가는지에 따라 우리가 손흥민을 활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 "손흥민과 통화를 했다. 부상을 겪고 있어서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본인이 대표팀에 오고 싶어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11월 A매치 전) 2경기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손흥민의 컨디션을 끝까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손흥민은 현재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지난 9월 가라바흐FK(아제르바이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쓰러진 손흥민은 10월 A매치 기간 동안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회복에 전념한 끝에 지난달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에 성공한 듯했으나, 이후 부상이 재발해 또다시 세 경기 동안 결장했다.
손흥민이 돌아온 건 토트넘이 4-1 대승을 거둔 애스턴 빌라전이었다. 손흥민은 빌라전에 선발로 출전해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전 초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동점골을 도우면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부상 재발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간에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고, 이에 표정을 찡그린 손흥민이 벤치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손흥민의 출전 의지가 강하다는 건 토트넘과 축구대표팀의 사령탑도 알고 있지만, 이제는 의욕이 앞서면 안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두 감독들 모두 손흥민의 컨디션을 집중적으로 신경 쓰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한 경기 만에 자신의 발언을 어겼다. 승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자 팀의 핵심 선수인 손흥민을 풀타임 기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손흥민의 체력 관리에도, 승점 3점을 낚는 데에도 실패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정말 실망스럽다"며 "우리가 골을 넣기 전 몇 차례 기회가 있었다. 절대 실점하면 안 되는 부주의한 실점을 허용했다. 정말 실망스럽다. 단순하게 실망스러운 것을 넘어 경기력을 비롯한 모든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또 "가끔은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누군가 더 좋은 위치에 있다면 결정을 확실하게 내리고 그 결정을 곧바로 실행해야 할 때도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특히 오늘처럼 지고 있는 경기를 하면 기대했던 것처럼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기회가 왔을 때 정확한 결정을 내리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기회가 왔을 때 결정 지어야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정말 슬프다. 모든 선수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패배의 원인이 선수들에게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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