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력 피해' 공공기관 직원에 징계위 "망상 아니냐"

A씨가 투신 후 병원에 입원한 모습 [사진=JTBC]

사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공공기관 직원이 징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한 뒤 건물 밖으로 뛰어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8월 출장 중 동료 직원 B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사내에 신고했다.

당시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카드키를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식사가 끝난 뒤 카드키를 돌려받았으나 서로의 카드키가 바뀌어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A씨는 방으로 가다가 B씨와 마주쳤고, 자신의 카드를 돌려받은 뒤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B씨가 A씨를 따라 문 앞까지 들어오더니 "이렇게 된 김에 그냥 한 번 (같이) 자자"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B씨는 A씨보다 12살 많았고 유부남이었다. A씨는 거부의사를 표했지만 B씨는 약 20분간 요구를 이어가다가 결국 멈췄다.

이후 A씨는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징계위원회는 피해자의 진술 녹취록과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바탕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해 B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지난 4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A씨가 징계위원들로부터 들은 2차 가해성 발언이다. A씨 측은 당시 징계위원장한테 "정신과 약을 먹고 착란이나 망상이 온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원들은 수시로 A씨의 말을 끊는가 하면 "둘이 참 각별한 사이다", "A씨가 먼저 꼬리를 쳤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전해졌다. A씨가 눈물을 보이며 항의하자 한 징계위원은 조사에 방해된다며 A씨를 다른 방으로 퇴장 조치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조직이 나를 지켜주지 않으면 나도 날 지키지 않겠다"며 회의실에서 나가 옆방으로 들어갔고, 바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5m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척추, 골반, 발목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전혀 자격이 없다", "외부에서 감사를 맡아야 할 것 같다", 사내 징계위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A씨 측은 B씨와 징계위원들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사건반장'에 "징계위원회 발언 사실 여부 등 사건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수사에 잘 협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