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을 압박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았더니 2금융권 가계대출이 뛰었다. 가계대출 시장에 펼쳐진 ‘제로섬(zero-sum) 게임’의 판을 뒤엎을 금융당국의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1금융권에만 받아오던 가계부채 관리계획과 경영계획을 2금융권에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출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10월 전체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 폭(5조3000억원) 대비 규모를 키웠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이 10월 가계대출 증가 폭을 키웠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7000억원 늘어 전월(-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3조원) 이후 2년 11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1금융권에서 거절당한 대출 수요가 타 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10월 1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9000억원 증가해, 전월(5조6000억원) 대비 증가 폭을 줄였다.
특히 10월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1조9000억원 늘며 전월(7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따라 이탈된 대출수요를 상호금융권이 흡수했다.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이 1조원 늘어나며 상호금융권 증가세를 이끌었다. 농협(200억원), 수협(500억원) 등도 증가세를 보였으며 신협(-2000억원), 산림(-100억원) 등은 감소했다. 아울러 수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단지)의 잔금대출 시기가 도래한 것은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서 자체적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조합‧금고에 대해서 관리기조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대출 관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먼저 이번 가계대출 증가세 대응 차원에서 올해 남은 기간 2금융권에 대해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받는다. 내년에는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2금융권에 대해서도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기반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할 계획이다.
향후 금감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권과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실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 가계대출 전반의 실태도 점검한다. 10월 주담대 증가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상호금융권이 금감원의 점검 대상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주담대 증가세를 막기 위해 수도권 주담대에도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1.2%포인트로 올리는 등 추가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올해 남은 기간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이러한 자율적인 관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크다”며 “연초 수립한 경영목표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취급한 은행의 경우 반드시 경영목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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