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명 잇단 외연확장 우클릭…금투세 폐지·경영계 인사들 만나며 대선 행보

[이슈] 이재명 잇단 외연확장 우클릭…금투세 폐지·경영계 인사들 만나며 대선 행보

폴리뉴스 2024-11-11 14:00:43 신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간담회를 하기 전 경영계 건의사항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간담회를 하기 전 경영계 건의사항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을 대비한 외연확장 우클릭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1일 이재명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여러 기업인들과 만나 경영계 이슈에 대해 논의했고, 최근에는 친 기업 성향의 당 정책자문기구인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출범시켰다. 최근 4일 있었던 ‘금투세 폐지’ 입장에 이어 ‘먹사니즘’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표의 외연확장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경총 간담회에서 기업인들 만나 “성장이 곧 복지” 발언

이재명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경총회관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여러 경영계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경영계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년 연장,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지원 확대, 상법 개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직접 나서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정책위의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해식 의원 등의 민주당 인사가 참석했다.

경총에서는 손경식 회장과 이동근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등 회장단 14명이 자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성장이 곧 복지다. 성장이 곧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먹고사는 문제를 말하는 건 국민이 더 잘살게 하는 것이고, 국민이 더 잘살게 하는 최첨병의 핵심은 기업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국가의 부도 창출한다”며 “기업 활동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국가도 기업 활동을 권장해 원활히 지원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상생과 혁신을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실현 가능한 꼭 필요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사 간) 긴 시간 마음을 터놓는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소위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 문제에 대해서 이 대표는 “시장이 약화되면 궁극적으로는 손실이 될 수 있다”며 “모두가 공존하는 공평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손경식 회장은 이재명 대표에게 “우리 노동시장에 누적된 비효율적인 규제들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제약한다”며 비효율적인 노동 규제를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제도 합리화 등의 필요성을 제안했으며,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유연근무제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개선 필요성도 역설했다. 

경총은 또한 국회에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서 주요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가능성과 세대간 갈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이 절실하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 경영에 부담을 더한다며 여러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고용 유연성 문제와 사회 안전망 문제가 얽혀 있는 문젠데, 이 모든 것은 정부 정책의 역할이다. 상호 불신이 큰데 진지한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며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 문제는 단편적으로 해결 할 수 없으니 진지하게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보수적 실용주의자’라고 정의하며 잇단 우클릭 행보

이재명 대표의 이번 경총 방문은 최근 이어지는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자신을 ‘보수적 성향의 실용주의자’라고 정의하며 정부·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당내외적 비판이 진보진영 전반으로 쏟아졌지만, 이 대표가 지지층의 비판을 뒤집고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이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수용에 대해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 진보 진영의 비난·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던 금투세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미 투자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폐지론이 적극 분출했고 정부여당은 이에 화답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당내 강경파들이 원칙론을 앞세워 금투세 시행을 주장했지만, 이 대표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가 최근 4일 최태원 SK회장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해 최 회장과의 만남 자리에서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하는데 못 드려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이날 차담회의 경우 이 대표가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최근  경제 정책 논의를 위한 당내 상설 기구인 친(親)기업 성향의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재출범시킨 것도 당 안팎으로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하면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경제자문회의는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당·정·청(청와대) 간 경제정책 논의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한 상설기구로, 민주당 당헌 47조에 의해 그 설립의 필요성이 명시된 기구다. 

금융권 출신인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을 국가경제자문회의의 의장으로 임명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2018년 출범 이후 5선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의장으로 세 번 연속 위촉됐었다는 전례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 인선 역시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보수적 실용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성장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출범 역시 위원장으로 이언주 의원이 임명됐는데, 이언주 의원 또한 경제계에 몸담았던 기업인 출신으로 민주당의 외연확장과 관계가 깊은 인사다. 스스로를 ‘민주 보수’로 정의하는 이 의원은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 결단을 내리기 전 당 지도부 중 최초로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한 금투세 폐지론에 이어 상법 개정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투세 후속으로 상법을 폐지해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상법을 개정해 지배주주들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주주들이 공평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주권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상법 개정 시한을 못박은 것이다.

이어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증시 선진화 정책에 앞장서는 첫 단추로 상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영활동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 소액주주의 회사 내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나 이사 분리 선출제, 감사 분리 선출제 등을 담는 것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한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상법 개정에는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상대하기 위해 금투세 폐지 법안을 상법 개정안까지 묶어 한데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 실용주의자 선언’에 진영내 반응 엇갈려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보수적 실용주의자 선언’에 대한 당내외 반응은 엇갈린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3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서 “보수, 중도의 각계 각층의 원로 인사들을 만나면서 보폭도 넓히고, 국민들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며 이 대표의 외연확장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앞으로 다양한 분들과 자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통령실에 틀어앉아서 아무도 안 만나려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아주 대비되는 효과가 있다"며 "자주 하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는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천명했다. 조 대표는 28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스스로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했고 그 뒤로 민주당의 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이 (정치) 여정을 시작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지금 유일하게 수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국민들에게 덜 알려진 금투세 문제, 종부세 문제, 연금 문제 등의 정책적 측면에서의 차이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민주당의 경우는 이재명 대표가 최근에 본인 스스로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하셨고 이것이 민주당의 정책 향후 방향을 이미 예고했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민주당의 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그 점에서 저희는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재명 대표의 최근 우클릭 행보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감각이 있다. 정치 노선을 어떻게 가야 되고 누구 표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른 것”이라며 “2030 세대의 표심을 윤석열 대통령은 내쳤는데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공략의 여지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소장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유동표의 성격이 중도층 성향의 2030이기 때문에 2030 잡기 위해 중도층 우클릭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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