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2024-2025시즌 프로농구 1라운드가 마무리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팀은 단연 대구 한국가스공사다. 한국가스공사는 서울 SK와 함께 공동 선두(7승 2패)에 올라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선두 비결 중 하나로는 강혁(48) 감독의 세심하고 온화한 리더십이 꼽힌다. 현역 시절 식스맨상부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수상에 이르기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던 만큼 주전, 비주전 선수들의 눈높이를 모두 맞춰갈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의 철저한 준비성은 선수들이 새롭게 바뀐 규정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 시즌 KBL 최대 화두는 경기 중 심판의 휘슬이 되도록 울리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의 규정인 하드콜이다.
8일 대구체육관에서 본지와 따로 만난 강혁 감독은 “(거친) 몸싸움을 허용하겠다는 걸 시즌 전부터 들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맞춰 가겠다는데 몸싸움이 많이 일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시즌 전부터 준비했다. 선수들이 힘들고 어려워했던 부분은 있었지만 이제는 몸에 습관적으로 밴 것 같다. 훈련했던 부분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승승장구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수비 조직력 부분을 많이 연습해왔다. 코트에 들어가는 선수들마다 열심히 뛰는 게 보인다. 조직력이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의 경기들을 보면 좌우 및 외곽 라인에서 패스가 상당히 빠르고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3점슛을 쏘거나, 골 밑에 빈 공간이 생기면 찔러주는 패스로 손쉽게 득점을 올리는 패턴이 자주 보인다. 김낙현, 신승민, 정성우를 비롯해 앤드류 니콜슨, 샘조세프 벨란겔(아시아쿼터) 등 국내외 선수들의 조화도 좋다.
강혁 감독은 8일 고양 소노전(99-65 승)까지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인천 전자랜드 선수단을 이어받아 2022년 창단한 팀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이다. 10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4쿼터 종료 1.4초전 상대 이우석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고 64-67로 석패했지만, 기자회견장에서도 강혁 감독의 리더십은 빛났다.
강혁 감독은 “전반전까지는 약속한대로 잘했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대단한 에너지로 뛰어준 것 같다"며 "3, 4쿼터 때 제가 선수 기용을 잘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해줬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팬분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셨는데 아쉽다. 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패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상당한 동안을 자랑하는 강혁 감독은 온유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타임아웃 때도 다정하게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지시를 내린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으로 호통치는 일부 사령탑의 지도 방식보다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하는 요즘 MZ세대 선수들에게 크게 와 닿을 수 있는 지도 방식이다.
강혁 감독이 개막 후 10경기에서 예상했던 승수는 4~5승 수준이다. 그러나 9경기에서 벌써 7승을 올렸다. 한국가스공사는 14일 원주 DB를 안방으로 불러 들인다. 신승민, 김낙현 등 주축 선수들은 “팀이 워낙 단단해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2승 7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DB에도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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