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정부의 재정정책보다 지속적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황선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KDI 현안분석 '최근 물가 변동 요인 분석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됐고, 현재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2022년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해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렸다.
최근 금리는 3.25%로 소폭 하향 조정됐으나 실질기준금리 기준으로는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정책의 측면을 보면, 코로나19 기간 대규모 의료·방역 예산으로 급격히 확대된 정부지출은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면서 증가 폭이 다소 축소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거시경제의 수요 변화를 야기하는 정책으로, 물가 변동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수요는 공급측과 달리 물가와 경기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상승 또는 하락시킨다.
황선주 총괄은 소비자물가지수, 국내총생산(GDP), 기준금리와 정부지출을 사용해 통화·재정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재정정책보다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인하하면 물가상승률은 3분기 후 최대 0.2%p 상승하고, 그 영향이 약 2년 동안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재정지출은 GDP 대비 1%p 증가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같은 분기에 최대 0.2%p 증가한 후 1년여간 영향이 파급됐다.
정부의 정책을 제외한 소득, 자산, 기대심리 등과 같은 비정책적 수요는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1~2년 지속됐다.
황 총괄은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적 통화정책은 2022년 이후 물가 안정에 기여해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확장적 재정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지난해 이후 축소돼 물가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진단했다.
황 총괄은 "코로나19 이후 비정책 수요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재정정책은 2022~2023년 중 물가에 상방 압력을, 통화정책은 2023년 이후 물가에 하방 압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금리는 2022년 하반기 후 빠르게 인상돼 물가안정에 기여한 반면, 재정정책은 지난해에도 높은 수준으로 지속해 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고금리 기조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한 올해에도 지속돼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당분간 이어지면 향후 거시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엿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정정책도 기존 확장적 기조에서 벗어나 지출 구조를 재편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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