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차두리→손흥민→지동원→정우영→이재성…'총 26골' 한국축구엔 42년 된 특별한 '득점 계보'가 있다

차범근→차두리→손흥민→지동원→정우영→이재성…'총 26골' 한국축구엔 42년 된 특별한 '득점 계보'가 있다

엑스포츠뉴스 2024-11-11 10:46:16 신고

3줄요약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에 특이한 계보가 생겼다.

차범근 감독부터 시작해 42년이나 된 긴 계보다. 차 감독 아들 차두리 전 대표팀 코치에 이어 손흥민, 지동원, 정우영, 이재성이 물려받고 있다.

조만간 어느 누가 또 물려받을 수 있다. 김민재가 될 수도 있고, 홍현석이 될 수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독일 두 번째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골을 넣은 한국인 계보다.

도르트문트는 구단 메인 유니폼으로 노란색과 검은색을 사용하고 있어 '꿀벌'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으로 '꿀벌 군단'이라 불린다. 한국인 공격수들이 오랜 기간 꿀벌을 사냥하는 양봉업을 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계에 따르면 도르트문트에 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총 6명이고 득점 수는 26골이다.

한국인 양봉업자들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지난 10일 국가대표팀 핵심 공격 자원 이재성이 도르트문트전에 골맛을 보며 상대팀을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은 10일 홈구장 메바 아레나에서 끝난 도르트문트와의 2024-2025 분데스리가 10라운드 원정에서 전반 36분 헤더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의 3-1 쾌승을 이끌었다.



전력상 도르트문트가 한 수 위지만 이날 만큼은 이재성을 묶지 못해 결국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예전에도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만났으나 한국인 선수들이 펄펄 날아 도르트문트가 고개 숙이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이재성은 선제골에 앞서 상대 핵심 선수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전반 26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볼을 향해 쇄도하다가 도르트문트 엠레 잔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고, 주심은 이재성의 왼쪽 발목을 향해 태클을 시도한 잔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수적 우위를 잡은 마인츠는 전반 36분 이재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앙토니 카시가 투입한 볼을 골 지역 정면에서 헤더로 밀어 넣어 골 맛을 봤다. 이재성은 지난달 국가대표팀의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헤더골을 넣었다. 키가 큰 편이 아님에도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머리받기 골을 곧잘 넣고 있는데 이번 도르트문트전에서도 그랬다.

어느 덧 이재성의 도르트문트전 4번째 골이 됐다.

지난 2021년 7월 독일 2부 홀슈타인 킬에서 마인츠로 이적한 이재성은 다음 시즌인 2022-2023시즌부터 매 시즌 도르트문트에 골을 넣고 있다.

2023년 1월25일 홈 경기에서 전반 2분 만에 터트린 게 꿀벌 군단을 상대로 한 첫 골이었다. 이 경기에선 마인츠가 1-2로 역전패했다.

이어 직전 시즌인 2023-2024시즌엔 5월11일 홈 경기에서 전반 19분과 23분, 4분 간격으로 멀티골을 몰아쳤다. 이 땐 마인츠가 3-0 완승을 거두면서 이재성이 원맨쇼를 펼친 셈이 됐다.



이어 6개월 만의 리턴 매치에서 도르트문트를 또 울린 것이다.

코리안 리거들의 양봉업은 1982년 차범근 감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축구통걔매체 RSSSF에 따르면 1982년 11월13일 1982-1983 분데스리가 13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공격수였던 차 감독이 후반 33분과 후반 45분에 각각 한 골씩 넣은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 프랑크푸르트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3-1 역전승을 달성했는데 승리의 일등공신이 차 감독이었던 셈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이듬해 5월7일 리턴매치를 치렀는데 이 땐 도르트문트가 4-1로 대승을 거뒀으나 차 감독은 원정팀의 유일한 득점자가 되면서 1982-1983시즌에만 꿀벌 군단에 3골을 기록했다.

이후 1983년 여름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옮긴 차 감독은 팀을 바꿨음에도 도르트문트에 골을 펑펑 터트렸다. 1988-1989시즌까지 도르트문트전에 4골을 더 넣어 총 7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전에 골을 넣은 두 번째 한국인이 바로 차 감독의 아들 차두리다.

차두리는 당시 아버지 친정팀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소속이었는데 2006년 5월6일 도르트문트 홈구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에서 후반 9분 30여m 중거리포를 꽂아넣은 것이다. 이런 원더골을 넣었음에도 차두리는 한 달 뒤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엔트리 탈락 쓴 맛을 봤지만 어쨌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인 2호 양봉업자가 됐다.

'차붐 부자'에 이어 진정한 양봉업자가 드디어 나타난다.

바로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흥민은 첫 프로구단인 독일 함부르크 3년 차에 도르트문트와의 두 경기에서 4골을 터트렸다. 2012년 9월22일 분데스리가 홈 경기에서 전반 2분, 후반 14분에 골을 넣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2013년 2월9일 원정 경기에서도 전반 26분과 후반 44분 멀티골을 쾅쾅 때려박으며 4-1 대승의 중심에 섰다.

손흥민은 이후에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5골을 더 퍼부었다. 2013년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겨 도르트문트전 한 골을 더 적립한 손흥민은 2015년 8월 현 소속팀인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했기 때문에 정규리그에선 도르트문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4골을 더 터트리며, 분데스리가를 떠나도 도르트문트에 무서운 존재가 됐다.

손흥민에 이은 한국인 양봉업자 4호는 현재 수원FC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으로 3골을 기록했다. 지동원 역시 2018-2019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는데 2019년 5월1일 도르트문트와의 홈 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 2-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이어 지금은 우니온 베를린에서 뛰고 있는 정우영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나와 프라이부르크에서 뛰던 2021년 2월6일 한국인 5호 양봉업자가 됐다. 도르트문트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1분 선제골을 넣어 2-1 승리에 큰 보탬이 됐다. 이후 이재성이 4골을 추가했다.



현재 분데스리가엔 이재성 외에도 뮌헨 수비수 김민재, 마인츠 공격수 홍현석이 뛰고 있다. 김민재는 센터백이지만 세트피스 때 골을 곧잘 넣기 때문에 역시 양봉업자가 될 수 있다. 홍현석도 출전시간만 충분히 찾는다면 도르트문트전 득점이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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