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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어느 날, 야쿠자가 쳐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며 남편 데리고 오라고 해서 감옥에 있어서 못 데려온다고 하니 바로 “누님”이라고 부르며 깎듯이 모셨다는 박수남은 나중에 가게를 접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90대가 된 박수남 감독이 1980년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촬영한 필름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들을 모은 작품이다.
재일 조선인으로 차별을 겪어온 그녀는 식당을 운영할 때부터 재일 조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 저술활동도 해 왔다.
그러나 글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식당을 접은 후부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나섰다.
그렇게 총 4편의 작품을 이미 선보였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는 필름도 50시간 분량이나 된다.
이에 박 감독의 딸인 박마리 감독이 필름이 망가지기 전에 디지털화 하자고 제안했고, 촬영 당시 따로 녹음한 테이프도 상당해 일단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일단 자막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중 필요한 부분을 필름에서 골라서 디지털화 했다.
여기는 1990년 박 감독이 한국에 와서 재암리교회에서 일어난 암살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동례 할머니의 증언을 비롯해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그뿐만 아니라, 박수남 감독은 과거 MBC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위안부의 참상을 처음 알렸고, 그녀의 말이 발단이 돼 다음 해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듯 박수남 감독은 일찍이 여성문제와 인권문제 등에 자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딸이 그동안 찍어놓은 필름을 디지털화 하기로 결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시력도 나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그동안 박 감독이 촬영한 필름을 디지털화 해 <되살아나는 목소리>를 만든 건 큰 의미가 있다.
재암리사건 외에도 군함도와 관련한 인터뷰가 담겼는데, 군함도를 부정하는 일본정부에 당시를 기억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기억하기에 은폐할 수 없다. 오래전 피해자의 증언을 촬영해 놨고, 이렇게 지금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디지털화해 복원했으니, 일본 정부는 당시를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고, 그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마리 감독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역사에 대한 기억 유산이라고 생각해 관객과 나누기 위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박수남 감독은 단지 벌어진 사건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에 주목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찍고 싶었지만 못 찍은 장면이 매우 많다며, 증언을 듣고 싶어도 입을 잘 열지 않아 ‘침묵’으로부터 시작해야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진부한 표현 같지만, 역사는 흐른다. 흐르는 역사를 잡아둘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면 문자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역사가 박제된다.
그렇게 박제된 역사는 후대에도 전해져 올바른 역사를 알릴 수 있다.
제아무리 지난 일이라고, 지금은 당시에 살았던 이들이 안 남았다고, 역사를 부정하려고 해도 역사의 기록이 남아 있으면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그 당시 생존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육성으로 증언한 영상이 있다면 이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된다.
그렇기에 역사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이 중요한 일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날의 일에 대해 목소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13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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