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은 포토그래퍼 홍장현이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곳이다. 소파 앞에 놓인 나무 소재의 티 테이블은 분더샵에서 일본 아티스트의 가구를 전시할 때 구입했다. 그가 앉은 라운지체어는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바실리 체어.
거실과 이어지는 다이닝 룸. 벽에는 모노크롬 톤의 페인팅을 전개하는 일본 작가 도무 고키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에토레 소트사스 디자인의 컬러플한 플로어 스탠드도 인상적이다.
포토그래퍼 홍장현의 사진은 시작부터 매 순간 많은 이에게 회자됐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가 긴 일과를 끝내고 발길을 향하는 곳은 한남동에 있는 빌라다. 준공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반듯하고 아늑한 기운이 흐르는 집. 아내와 아이들이 LA에 거주하는 동안 홍장현은 서울과 LA를 오가며 혼자 사는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 집에 거주한 후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가구와 편안하게 느끼는 동선을 떠올려봤어요. 이전에는 가족과 다 같이 지내느라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깊게 해볼 일이 없었죠.” 이번만큼은 온전히 자신이 바라던 사물로 구성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박소현을 소개받은 건 유의미한 반환점이 됐다. 그녀의 조언을 바탕으로 가구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전문가와 가구를 상의하고 구입하는 경험은 처음이어서 모든 게 신선했어요. 단지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이거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가구라 해서 우리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스틸 다리의 PK55 테이블에 PK 체어, 놀의 세스카 체어를 매치한 다이닝 공간. 뮤지션 태양이 선물한 이우환 작가의 판화를 계기로 고요한 울림이 있는 예술 작품에 눈길을 주게 됐다.
거실 바닥에 동양적인 매력이 넘치는 좌식 의자를 놓았다. 블루 톤의 카펫은 우드노트 제품.
비교적 얇고 가벼운 매트리스를 선호해서 침대 또한 허먼 밀러의 넬슨 신 에지 베드를 선택했다.
홍장현이 이 집을 낙점한 건 다이닝 룸과 거실이 길게 연결된 구조, 휴식을 취하기 좋은 너른 침실 때문이었다. 적당히 유입되는 조도도 그에게는 오히려 장점이었다. 혼자 있을 때면 새소리 외에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는다. 거실의 중심은 피에로 리소니가 디자인한 리빙 디바니의 엑스트라 소프트 소파가 잡아준다. 탠 컬러 가죽이 인상적인 이 제품은 그가 2006년, 아내와 방문한 뉴욕에서 우연히 본 것.
“모듈을 더하거나 앞뒤로 연결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구조가 마음에 들었어요. LA에도 이 소파가 있는데,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한집에 살게 될 때 두 소파를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삶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요.” 다이닝 공간에는 폴 케홀름이 디자인한 PK55 테이블을 놓았다. 본래 사무공간용 테이블이지만 스틸 다리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엔 자연스럽게 PK 체어를 함께 뒀다. 침실은 조지 넬슨 디자인의 넬슨 신 에지 베드 외에는 별다른 가구를 두지 않았다. 대신 침대 옆 빈자리를 파울루 멘데스 다 로샤가 디자인한 파울리스타노 체어로 채웠다. 무게감 있는 라운지체어 속에서 가장 담백한 라인의 이 의자를 선택하기까지 꽤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이 자리를 위해 수많은 라운지체어를 고민했지만, 결국 날렵하면서도 아늑한 디자인의 파울리스타노 체어를 선택했다.
달항아리는 영국에서 전시하던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을 우연히 보고 구매한 것.
주말에는 화이트 컬러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책을 읽는다.
빈 벽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이 집의 흥미로운 요소다. 이전 집부터 함께한 제여란 작가의 강렬한 회화 작품부터 데이비드 호크니, 도무 고키타,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작가의 크고 작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그의 취향은 집 안 표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예전에는 크고 화려한 작품에 눈길이 갔는데 이제는 조용하고 단정한 작품을 돌아보게 돼요. 공간도, 예술 작품도 그렇게 바뀌어가네요.” 홍장현의 집은 이 모든 취향의 변천사를 담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러니 그 안에서 행복과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