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 규제 나선 與…나무위키 측 “SNS도 막을 것인가” 반발

'나무위키' 규제 나선 與…나무위키 측 “SNS도 막을 것인가” 반발

폴리뉴스 2024-11-10 18:03:36 신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한국형 위키디피아(백과사전) 서비스인 < 나무위키 >가 국민의힘으로부터 규제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나무위키'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우만레’가 운영하는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가 성 착취물·불법 콘텐츠 유통에 악용되면서 나무위키 규제론이 여당 내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나무위키 측은 “SNS도 막을 것이냐”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나무위키 규제법안 발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5일 파라과이에 본사를 둔 ‘우만레’가 소유한 지식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를 국내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위는 이날 성명에서 “나무위키 소유·운영사인 '우만레'가 운영하는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가 성 착취물·불법 콘텐츠 유통에 악용돼 경찰이 수사 중”이라면서 "나무위키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위는 “우만레가 나무위키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사이트 '아카라이브'도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이 성착취물과 같은 불법 콘텐츠 유통의 창구로 악용돼 현재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위는 "하지만 현재 우만레는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법인이므로 국내법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이에 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우만레가 정보유통 플랫폼 운영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나무위키는 우만레에스알엘이라는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법인 소유의 백과사전 홈페이지로, 2021년 기준 하루 최대 방문자 200만명, 페이지뷰는 4500만회로 언론사 10개를 합친 규모에 해당한다. 구글·네이버·유튜브·다음·디씨·쿠팡에 이어 국내 7위다. 나무위키 광고 배너 하나당 연간 수익은 2억원 안팎으로,  우만레의 연 수익은 100억원 단위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만레에스알엘은 한국 미디어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확한 정체는 베일에 쌓여 있다. 국민의힘 설명에 따르면 나무위키 트래픽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본사는 파라과이에 있다. 이들은 오로지 이메일로만 소통하며, 국내에 법인이나 직원을 두지도 않는다. 그 실소유주가 한국인으로 추정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알려진 바 없으며, 홈페이지에 ‘2016년 설립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IT서비스 회사’라는 짤막한 소개 글이 있을 뿐이다. 

국내법의 적용도 받지 않아 사생활 침해·명예훼손·가짜뉴스 논란에도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우만레가 소유한 아카라이브에서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 등이 유통됐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소송 등 자력구제를 하려

 

는 피해자들에게 우만레는 "파라과이 법원에 제소하라"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 국내 기반을 둔 언론사나 웹사이트의 경우 각각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피해 구제 역할을 맡고 있어 피해자들이 쉽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이에 나무위키에 대한 총체적 규제안은 여당에 의해 이미 발의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나무위키에 국내법상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절차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강화하고, 불법 정보 유통에 따른 수익을 환수하는 과징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현행 이용자 수·매출액 등인 국내 대리인 지정 기준이 방문자 수·트래픽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소년 보호 책임자 지정 의무 기준 역시 마찬가지로 방문자 수·트래픽이 추가되며, 정례 보고서 제출 등 청소년 보호 책임자 지정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 사생활 침해 정보, 저작권 침해 정보, 불법복제물 등 불법 정보 유통 방지 규정을 신설하고 과징금제도를 도입해 불법 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나아가 불법 정보 유통 사업자의 서비스에 광고한 광고주에 대해서도 제재 규정을 추가해 불법 수익 원천 차단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김장겸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나무위키는 '집단 지성이 편집하는 자율적 백과사전'이라고 하지만 악의적 편집과 낙인찍기가 가능하고 사생활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나무위키는 오로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면서 해외에 본사를 둬 법망을 피하고 있는데, 국내 대리인 지정 등 국내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 불법 정보 유통을 막고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문제를 해결해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라며 "개정안이 처리되면 음성적으로 운영돼왔던 나무위키가 국내법 적용을 받아 이용자 보호와 투명한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심위, 나무위키 전체 차단 검토 중 

이에 방심위는 나무위키 전면 제재 움직임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계속 차단 요청을 했는데도 시정 조치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일정 기간 전체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나무위키 접속 전면 차단이라는 강경 대응에 여당과 정부가 나서기에는 반발 여론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의 경우 이날 기준 전면 차단하는 국가가 중국·북한·미얀마 3개국에 불과하며, 일부 차단이 이뤄지는 곳(이란·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을 합해도 6개국에 그친다. 대부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들인데, 이들과 함께 ‘위키 차단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대한민국 실정에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나무위키 측 반발 “SNS도 차단해야 되냐”

실제로 나무위키 측은 지난 5일 한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같은 논리대로라면 소셜미디어(SNS)도 차단해야 하나”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위키 측은 “특정 국가에서 내부 문제로 인해 접속 차단을 실시한다고 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무위키 측은 “ “대한민국에서 서비스 접속이 차단된다고 해서 서비스를 중단할지, 지속할지에 대한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특정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차단했다고 해서 그 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전했다.

이어 나무위키가 가짜뉴스를 방치했다는 여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를 비롯한 위키피디아 등의 사용자 참여형 백과사전에 100% 옳은 주장만이 실리진 않는다. 그중에는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한 문서를 작성하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짜뉴스가 올라올 수 있지만 사용자 상호 간의 자정 작용과 비판, 상호검증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져 퇴출당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무위키가 가짜뉴스 유통 통로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짜뉴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원천인 SNS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가짜뉴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하면 일방적으로 차단해 버릴 수 있는 SNS와 누구나 문서에 있는 가짜뉴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하고 수정할 수 있는 나무위키 중 어떤 경로가 더 많은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란물 유통 통로가 되고 있다는 여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는 직접적인 음란물 게시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나무위키 접속을 차단할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할 국가는 아니리라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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