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안보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꺼번에 확 바꿀 수 있을지 잘 좀 챙겨 주기 바란다"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안보 분야에도 상당히 많은 구조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존 외교 기조를 전면 폐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왔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 참전을 문제 삼고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며 지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자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분'도 변수다. 트럼프 당선자는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직접 만났고 북한 땅을 밟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대선 기간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매우 좋았다"며 "그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외국 원수와 개인적으로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면 그 나라와 관계도 양호하다고 믿는다"며 "내년 1월 취임 뒤 바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남북 대화를 단절했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를 패싱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대한 이른 시점에 트럼프 당선자와 회동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자와 통화했다고 소개하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서 친교와 대화를 할 시간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시작한 것도 트럼프 당선자와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골프광'으로 유명하며 1기 재임 시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자주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글로벌 산업·통상 분야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 등에 대해선 주52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도 추진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일 주무 부처와 내용을 조율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8일 국회 본회의 때 여야 합의 처리가 목표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거액의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그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등을 이유로 보조금에 소극적이었고, 세제·금융 등 간접 지원이 적절하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되면서 언제든지 기업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최근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8조원을 투자했는데 일본 정부에서 4조원을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투자에 정부 지원이 인센티브가 되고 있으니 우리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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