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용의자의 사망에도 형사들이 끈질기게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
8일 방송된 E채널 ‘용감한 형사들4’ 9회에는 광주서부경찰서 강력3팀 장옥수 경위와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직접 해결한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지난주에 이어 가수 딘딘이 게스트로 출연해 다시 한 번 맹활약했다.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75세 고령의 친척 언니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언니는 집 안에서 사망했는데 목에 두른 스카프 위로 두꺼운 대못이 꽂혀 있었다. 길이는 무려 11cm로, 못 머리 빼곤 몸통이 박혀 있었다. 사인은 경동맥 손상에 의한 과다 출혈이었다. 피해자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부터 연락이 안 됐다. 귀가 중인 피해자가 CCTV에 포착됐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비상계단 방향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자가 바짝 따라붙었다.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온 이 남자는 피해자의 귀가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였다. 다시 비상계단으로 내려간 그 남자는 자동차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차량이 향한 곳은 놀랍게도 바로 옆 블록에 있는 다른 아파트였다. 세대원을 조회하니 차주는 이 지역이 살지 않는 막내딸의 차였다. 수사팀은 가족 중 그 차를 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50대 양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형사들은 양 씨를 긴급 체포했고, 그는 바로 범행을 인정했다.
양 씨 어머니와 피해자는 친한 언니 동생이자 20년 지기로, 양 씨도 피해자를 자주 봤다. 몇 달 전 양 씨가 주식 투자를 이유로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500만 원을 준 어머니는 동생에게 빌린 돈이라고 했다. 그때 어머니가 돈 걱정 없는 피해자를 부러워하는 푸념을 했다. 몇 달 사이 사업으로 1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된 양 씨가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결심했다. 양 씨는 피해자를 뒤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고, 놀란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자 폭행 후 식탁 위에 있는 송곳으로 찔렀다. 그러다 송곳 손잡이가 빠졌다. 손잡이가 빠진 송곳이 대못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양 씨는 피해자의 집을 뒤졌는데 현금이 없어 허탈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해 분노를 자아냈다. 피해자 가방 속 현금을 챙겼는데 7만 5000원이었다. 양 씨는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어 과학수사팀의 사건이 소개됐다. 사건은 전원주택에서 119에 출동을 요청하는 신고 전화로 시작됐다. 80대 아버지가 전화를 안 받아 집으로 갔는데 집안 내부에 강한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100평이 넘는 대재택으로, 집안의 문이 모두 닫힌 밀실 상태에서 산소 부족으로 불이 자연 진화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30대 초반 손자 또한 작은방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두 사람 모두 화재가 나기 전 심각한 골절로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다.
정밀 감식을 위해 잿더미를 걷어내자 누군가의 이동 동선이 발견됐다. 280mm의 큰 발로, 정황상 작은방에 시신 두 구를 옮기고, 불을 지른 후 작은방 창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였다. 과학수사팀은 집 외부에서 가족이 아닌 제3의 지문을 발견했다. 지문의 주인은 타 지역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으로, 손자와 동갑이었다. 과거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벌금을 낸 이력이 있었기에 수사팀은 의심하지 않게 이 건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약속시간 30분 전 사고가 발생했다.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7톤 화물차를 들이받았는데, 승용차 운전자가 바로 용의자였다.
확인 결과 용의자는 손자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고의 사고 정황에 도박 전력도 있는 만큼 수사팀은 이 남자를 유력 용의자로 뒀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날 본인 아버지 차로 동창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3번이나 마을을 들어갔다가 빠져나갔는데, 두 사람을 살해하고 증거 인멸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용의자는 사망한 손자가 SNS에 올린 외제차와 명품 시계 게시물과 친구들에게 놀러 오라고 남긴 집 주소를 보고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 남성이 교통사고 때문에 사망하면서 자백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과학수사팀은 용의자가 몬 차량의 페달을 감식했다. 현장에 혈흔 족적이 남은 만큼 피 묻은 운동화를 신고 운전했다면 페달에서 DNA가 나올 것으로 봤고, 예상대로 피해자들의 DNA가 나왔다. 혈흔 족적과 같은 운동화도 찾았고, 손자의 명품 시계를 700만 원에 팔아넘긴 정황도 확보했다. 그렇지만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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