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지·배터리 관련 단체인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아웃리치(적극적 소통·접촉 활동)를 위해 국내 경제단체들과 함께 사절단을 꾸려 현지에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업계는 현재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나, IRA 정책이 폐지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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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정책 자체가 유지됐을 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AMPC 축소 여부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 1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우리 기업들은 이를 받기 위해 현지에 잇달아 공장을 설립했고 수년 내 가동이 예정된 공장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IRA가 폐지되거나 혜택이 축소되면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과 수령 예정이었던 보조금을 더해 수십조원이 허공에 날아갈 수 있다.
미국 내 생산이 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AMPC 의존도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보조금은 각각 1조1027억원, 2111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이 늦은 삼성SDI(006400)의 보조금 649억원까지 더하면 3사 합산 보조금은 1조378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3사 합산 영업이익 7108억원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보조금 제외 시 올해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점차 완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북미 지역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IRA 보조금 의존도 역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터리 업계는 IRA 정책 불확실성이 생긴 만큼 북미 생산능력(CAPA) 확대 계획의 속도 조절에 돌입하는 한편, 정책 변화에 따라 진출 국가와 생산 규모 등도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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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업계는 민관 공동으로 IRA 정책 지속성을 살리는 데 사활을 건다. 특히 ‘IRA 수혜주’로 꼽히는 지역들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 배터리 기업이 진출한 대부분의 주가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김승태 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은 “태양광, 배터리 등을 포함해 우리 기업이 미국 내에서 IRA 관련 투자를 집행한 지역의 84%는 공화당이 우세한 곳들”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본격적인 만남은 정부가 정식 출범하는 내년 1월로 예상하고 있다. 박태성 배터리협회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민관 합동 아웃리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와 경제단체가 함께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작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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