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KT로 이적한 허경민. 사진제공|KT 위즈
허경민(34)은 두산 베어스의 3루수라는 상징성이 엄청난 선수였다. 두산이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을 때도, 이승엽 감독 체제로 재편한 지난해부터도 허경민은 자리를 지켰다. 두산이 매 시즌 전력을 구성할 때 3루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올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허경민이 8일 KT 위즈와 4년 최대 40억 원(계약금 16억 원·연봉 총액 18억 원·옵션 6억 원)에 계약하며 이적했다. 2020시즌이 끝난 뒤 첫 FA 자격을 얻어 선수 옵션 조항 포함 4+3년 최대 85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3’을 실행하지 않고 시장에 나왔다. 두산도 허경민의 마음을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선택을 바꾸진 못했다.
허경민이 떠난 충격은 상당하다. 당장 3루수 고민이 커졌다. 그러나 아쉬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FA는 구단에 일임하고, 팀이 강해지는 방향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1군에서 경험을 쌓은 자원들이 많다. 이들의 경쟁을 통해 허경민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박준영과 전민재, 이유찬, 박계범 등이 후보다. 이들 중 올해 허경민(883이닝) 다음으로 3루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이는 이유찬(174이닝)이다. 전민재(129이닝)가 그 뒤를 이었다. 언젠가는 주전으로 올라설 코어 유망주다.
문제는 이들이 주전 유격수 자리에서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허경민과 함께 전성기 두산 내야의 상징과도 같았던 베테랑 김재호(39)는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내년 시즌 거취는 미정이다. 현역 연장을 택한다고 해도 젊은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야 원활한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더욱이 두산은 올해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없었다. 박준영(434.2이닝)과 전민재(395이닝), 김재호(326이닝)가 돌아가며 자리를 채웠다. 2025시즌에는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줄 누군가가 나타나야만 한다.
이 감독이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들 중 여동건과 오명진도 3루 수비가 가능해 기대가 크다. 이 감독은 “내년 구상을 하면서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젊은 선수들과 처음에 만났을 때 ‘베테랑을 이기라’고 했다. 그래야 1군에서 뛸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꼭 선배들을 넘어서야 하고, 선배들도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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