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세 번째로 ‘김건희 특별검사법’을 발의하면서 여야 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 방어 및 단일대오 유지 카드로 특별감찰관 추천 카드를 활용해 이탈표를 최대한 방지하고, ‘특검법 방어’를 아예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일 ‘김건희 특검법’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처리한 민주당은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논란과 대국민담화에 대한 싸늘한 국민 여론 등을 앞세워 최대한 재표결 때 이탈표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금주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를 논의한다. 표결 가능성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사실상 특별감찰관 임명을 수용한 것에 힘입어 현재로서는 합의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계가 표결 없이 합의한다면 ‘김건희 특검법’ 통과 방어 카드로 특별감찰관 임명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법사위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두 번의 폐기를 거친 후 다시 내놓은 훨씬 강화된 법률안이다. 기존 주가 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더해 김 여사의 명태균 씨를 통한 대통령선거 경선 개입 의혹 수사와 20대 대선·경선 불법 여론조사 부정선거 의혹, 명태균 씨의 창원 산단 국가부지 선정 개입 의혹 등이 새로 포함돼 수사 대상만 두 번째 법안보다 6개가 늘어난 14개가 포함됐다.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도 수사 대상이다.
‘11월은 특검의 달’이라고 선언한 민주당은 ‘범야권 공조’를 통해 적극적인 대여 투쟁에 나서는 한편, 국민의힘에 적절한 타협안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 재의요구권 표결은 무기명이기 때문에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앞서 첫 번째 특검법 재표결 당시에는 여당 내에서 1표가, 두 번째 특검법 재표결 당시에 4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타협안으로는 친한계 일각에서 나온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 혹은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반대한 ‘여론조사 의혹’ 수사와 특검 야당 추천권한 등을 협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9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여당과 협상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자라는 생각”이라며 “조금 시간이 가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그냥 덮고 가기에는 2년 반이 너무 길다라는 인식에 공감하지 않을까. 저희와 얘기하고 협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여당에 유화책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국민의힘 “특검법 부결” 당론…특별감찰관 카드로 특검 방어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카드로 맞서고 있다.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당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카드에 대해 “국회에서 오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며 수용 의사를 밝힌 탓이다. 한동훈 대표 역시 9일 “당은 즉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특검법 1차 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비롯한 현안들을 논의한다. 당내에서는 표결 없이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친한계 4선 중진 의원인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법 표결 당일인) 14일 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그간 특별감찰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능하면 표결 처리하거나 당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 지양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된) 의견은 가감 없이 청취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이 특검을 피해 나가기 위한 술수라고 하는데,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을 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부정적이다. 11월을 ‘특검의 달’로 선포한 것처럼, 특검 추진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에 여야 합의로 추천해야 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있어 국회 과반 의석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여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합의에 의해 추진하더라도 실제 임명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요 이탈표 ‘8표’…이탈표 여부에는 이견 분분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7일 있었던 대국민담화 성적표가 좋지 못함에 따라, 국민의힘의 이탈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범야권이 점유하고 있는 국회 의석수는 192석으로, 8표만 더 나오면 되는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다만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아쉬움을 표현했던 친한계도 이탈표 여부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정성국 의원은 8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반등의 계기가 되기 어렵다”면서도 “이탈표는 나오기 어렵고 결집을 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 빌드업으로 가기 때문에 의원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우리 안의 갈등이나 우리 안의 어려움은 일단 나중에 처리하더라도 일단 이것만큼은 막아서자는 생각”이라며 “(한동훈 대표) 역시 막아서자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냈던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다만 이탈표의 증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나 민주당 주도의 특검법 통과보다는는 ‘제3자 특검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독자안을 낼 수도 있다는 의견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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