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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자기관리에 지독할 만큼 철저한 사람입니다. 운동과 자기계발, 인간관계까지 철저히 계획을 짜 움직입니다. 시간단위로 자신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아이가 태어나도 자신이 더 우선이었죠. 맞벌이로 저도 일했지만 육아는 온전히 제가 해야 했습니다.
남편의 무관심과 육아로 지쳐갈 쯤 우연히 한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저도 제가 이해 안될 만큼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를 만났습니다.
예민한 남편은 달라진 제 모습을 금방 알아챘는지, 제 뒤를 밟아 그와 만나는 장면을 사진 찍어두고 제 휴대폰을 언제 봤는지 녹음파일, 문자를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들이밀며 남편은 강하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오게 됐고 아무 조건 없이 남편과 협의 이혼을 했습니다. 친권과 양육권도 남편이 갖고 저는 한 달에 60만 원씩 양육비를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혼 후 남편은 아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봐주신다고 했지만 시어머니도 장사를 하는 분이라 바쁘셨고 아이를 혼자 두는 일이 많은 겁니다. 겨우 아홉 살인 아이가 늦은 밤까지 혼자 있는 일이 태반이라 저녁도 잘 못 챙겨 먹고 엉망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어 남편 집에 가서 아이 밥을 차려주고 아이가 잠들 때까지 돌봤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돌본 게 2년입니다. 이럴 거면 아이를 제가 키우겠다고 해도 남편은 어림없다며 유책 배우자는 아이를 절대 키울 수 없다고 합니다.
제 잘못은 저도 인정하고 후회합니다. 그래도 아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제가 키울 방법이 있을까요?
- 유책 배우자는 재산분할, 양육권에 대한 주장을 해도 법원이 인정해주지 않나요?
△유책배우자는 친권자, 양육자로 지정될 수 없고 재산분할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된 정보입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에 이르는 경우, 상대방의 이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즉, 위자료를 지급할 수는 있으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이므로 유책배우자가 자녀의 주양육자였고 자녀와 정상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 이혼 당시, 사연자가 소송으로 양육권을 주장했다면 어땠을까요?
△사연자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긴 했지만, 혼인기간 내내 사연자가 자녀의 양육을 전담해왔다는 점,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게 되는 남편의 경우와 달리 사연자는 자신이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다는 점, 아이와 사연자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면 사연자가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지금이라도 양육자 변경 심판 청구를 하면 법원이 받아들여 줄까요?
△이혼 당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했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친권자는 가정법원에 지정변경을 청구해야만 하지만, 양육자는 당사자 간 합의로도 변경할 수 있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지정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아빠가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실질적인 양육은 사연자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양육 상황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간에 괴리가 있고, 아이의 아빠나 보조양육자인 아이의 할머니가 아이를 늦은 밤까지 혼자 두고 있는 상황은 자녀의 복리에 반하므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심판 청구를 제기해서 다퉈볼 필요가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법원에서 어떤 절차를 밟게 되나요?
사연자는 남편이 살고 있는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심판 청구를 제기해야 합니다. 가정법원은 자녀의 연령, 부모의 재산상황과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 가사조사나 양육환경조사 또는 상담이나 심리검사 등의 조정조치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자녀가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에 관한 아이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아이의 의견을 들을 수 없거나, 아이의 의견을 듣는 것이 복리에 반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은 아이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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