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너 지명수배된 남자친구 숨겨줬지? 적어도 2년은 감옥에서 살아야 해."
2009년 8월 16일 새벽 4시 부산 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A 양(16·여)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편의점 앞에서 우연히 만난 김 모 씨(21·남)의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씨는 "20세 성인인 남자친구랑 성관계까지 맺었으니 원조교제"라며 "너도 그렇고 지금 구치소에 있는 남자친구도 더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줬다.
물론 김 씨의 말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김 씨는 우연히 A 양의 남자친구가 지명수배 중 체포돼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자신의 동네 후배임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김 씨는 "나와 함께 모텔에 가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며 "내가 그 일을 덮어주는 대신 너는 내게 큰 약점이 잡혔으니 하나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A 양을 협박했다.
A 양은 거부했지만, 경찰에 연락하겠다는 김 씨의 협박에 겁을 먹었다. 결국 김 씨는 성관계는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자신이 장기 투숙하고 있던 한 여관으로 A 양을 데려갔다.
김 씨는 여관에 도착하자 돌변했다. "약속을 지키라"며 A 양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협박도 멈추지 않았다. 김 씨는 A 양에게 휴대전화를 내밀며 '형사'라고 저장돼 있는 전화번호를 보여줬다. 그는 "옷을 벗지 않으면 바로 연락한다"며 "이 형사가 유명한 형사다"라고 말하고 A 양을 성폭행했다.
범행이 발각되자 김 씨는 "성인과 원조교제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빌미로 A 양을 유인했음에도 미성년자인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했다.
재판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김 씨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같은 해 10월 23일 1심에서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구남수)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고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피고인을 따라 여관으로 가게 됐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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