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약속한 보조금 다른 데 쓰기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독일 공장 신설 계획도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슈피겔 등 독일 매체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IWH)의 라인트 그로프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일부 기업이 생산시설을 오히려 미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인텔은 독일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으려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지난 9월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반도체 분야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을 유럽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인텔에 공장 신설비용 300억유로(45조원) 가운데 100유로(15조원)를 지원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미국 업체 공장을 독일에 짓는다고 반도체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로프 소장은 "공장을 짓더라도 여전히 많은 부품을 중국이나 대만에서 들여와야 한다"며 "반도체 공급망을 유럽이나 독일로 완전히 옮기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텔에 약속한 거액의 보조금은 지난 7일 붕괴한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 내부에서 경제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을 촉발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전 재무장관은 보조금만 뿌려서는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없다며 인텔 보조금을 연구개발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해임됐다.
독일 연방정부도 인텔이 공장 신설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새로 취임한 외르크 쿠키스 재무장관이 내년 착공을 염두에 두고 책정한 인텔 보조금을 다른 분야 예산 구멍을 메우는 데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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