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업계가 OTT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와 협업해 이색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강화한다.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다각화되고 있어 유통업계와 미디어 콘텐츠 산업 양측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OTT 콘텐츠, 미디어 산업 넘어 유통업계까지 영향
9일 업계에 따르면 OTT 서비스는 대중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OTT 플랫폼 급성장은 미디어 산업을 넘어 유통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삼정KPMG가 발표한 ‘영상 플랫폼 산업의 새로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영상 플랫폼 시장은 2024년 약 132억 달러(18조2265억원) 규모에서 2028년에는 약 256억 달러(35조3484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OTT 플랫폼이 이런 성장을 주도하며 콘텐츠 시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미디어 소비 패턴이 OTT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유통업계를 비롯한 산업군들은 새로운 광고 채널 발굴 및 디지털 마케팅 전략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TV 방송보다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을 선호하게 되면서, 유통업계 역시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OTT 플랫폼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트렌드 선점이 성장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는 식음료 및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춰 최근 인기를 끄는 OTT 및 방송 콘텐츠와의 협업을 점차 다각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소비자 접점을 더욱 확장하고, 보다 신선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OTT를 통한 콘텐츠 협업은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주류·편의점, 콘텐츠 협업으로 트렌드 선점
한국브라운포맨의 프리미엄 아메리칸 테네시 위스키 잭 다니엘스는 힙합 서바이벌 티빙 오리지널 예능 ‘랩:퍼블릭’ 공식 협찬사로 참여했다.
'랩:퍼블릭'은 60명 래퍼들이 모여 '랩'을 무기로 삼아 전략적 생존 경쟁을 펼치는 리얼 힙합 서바이벌이다. 참가자들이 무대를 준비하며 잭 다니엘스를 곁에 두고 분위기를 즐기며 자신감을 찾는 장면이 종종 연출된다.
이를 통해 잭 다니엘스는 ‘뮤지션들의 위스키’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며, 음악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잭 다니엘스 창립자 잭 다니엘은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뮤지션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영향으로 오늘날 잭 다니엘스가 전 세계 아티스트와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의 위스키'로 자리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잭 다니엘스는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최대한 즐기며 살아간다는 자유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문화에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국내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온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요리사 서열을 뛰어넘는 요리 배틀을 그리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맛으로 정평이 난 흑수저 셰프들이 국내 최정상 셰프 자리에 있는 백수저 셰프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요리 실력과 창의력을 겨루는 모습을 그렸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 편의점 CU는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력해 시청자들에게 요리의 감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프로그램 속 미션에 등장한 ‘밤 티라미수 컵’을 한정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포켓CU 사전 예약 첫날에 20분 만에 2만개가 완판됐고, 이어진 사전 예약 15만개 물량 역시 역대 최단기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CU는 최근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까지 추가로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단순히 맛을 넘어, 프로그램 속 요리 대결의 치열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더 나아가 CU 브랜드의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채널A 인기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W’와 협력해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먹거리 7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협업은 군부대와 전투식량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를 기획하며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군부대식 느낌을 살린 ‘부대찌개 라면’과 ‘수제 초코파이’ 등이 있으며, 군대 간식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림우동&양념치킨’, ‘도너츠’, ‘꿀팥빵’도 함께 출시해 대중성을 고려한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했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에도 특별함을 더해 군복 얼룩무늬 패턴을 적용, 강철부대 정체성을 그대로 전달하며 프로그램 팬들 관심을 끌고 있다. 이마트24는 이처럼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군대 콘셉트를 반영해 소비자들이 ‘강철부대W’ 세계관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공들였다.
◇차별화·창의적 마케팅 전략 펼치는 강력한 수단
OTT와 협업은 유통업계에 다양한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OTT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깊이 있고 감성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 단순 광고는 정보 전달에 그쳤지만, 콘텐츠와 결합된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티빙과의 협업으로 잭 다니엘스는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잭 다니엘스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했다.
OTT와 협업은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OTT 플랫폼이 주 소비층으로 삼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기도 하다. 이런 젊은 층은 전통적인 광고보다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접하는 경향이 강하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와 CU의 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즐기면서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동시에 느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매장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와 협업은 유통업체들이 기존 경쟁사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마트24가 ‘강철부대’와 협업한 사례처럼, 미디어 콘텐츠와 결합한 기획 상품을 통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객 이목을 끌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계에서 미디어 콘텐츠와 협업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 및 미디어 콘텐츠와 유통업계 협업은 앞으로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소비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유통업계는 OTT 플랫폼 등과 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다양한 OTT 플랫폼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가 이를 활용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협업은 단기적인 판매 증진을 넘어서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브라운포맨 관계자는 “OTT 콘텐츠와 식품업계 협업은 각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결합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앞으로 고객과의 소통 방식과 접근 채널 다양화가 브랜드의 경쟁력에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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