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프·독-폴 '공동 교과서' 집필 이끈 에카르트 푹스 소장 등 인터뷰
"수십 년 걸려도 공동 이해 필수"…"국가 간 화해 위해서는 행동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역사 화해를 위해서는 서로의 역사를 인정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두운 부분, 즉 폭력이나 잔혹 행위도 인정해야 하죠."
독일 라이프니츠 교육미디어 연구소와 게오르크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를 이끄는 에카르트 푹스 소장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푹스 소장은 "수십 년 전 일어난 일을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공동 역사 교과서 연구 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속한 에케르트 연구소는 전 세계 교과서와 관련 자료 20만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등에서 공동 교과서를 발간해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찾은 그는 "국가라는 범위를 뛰어넘어 초국가적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제적 맥락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 교과서의 경우, 197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해 4년 전인 2020년에 펴냈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사안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같은 지역을 표기한 각국의 지도와 명칭을 각각 보여주고 왜 차이점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푹스 소장은 "약 20년 전 일본 교과서에는 난징(南京) 대학살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여러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전쟁 범죄'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언급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논쟁적인 이슈를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팔크 핑엘 전(前) 게오르크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 부소장은 "역사 갈등을 둘러싼 공동의 이해를 끌어내는 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2003∼2004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교육부 국장을 역임하기도 한 핑엘 박사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 갈등을 빚는 이유를 묻자 "국가마다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못된 행동을 미래에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역사 화해를 위한) 협력 의지를 확인하고 공동의 이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달리 동북아 지역에서는 역사 갈등 문제가 정치적으로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때로는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는 게 갈등 해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3월 출간된 '전후 일본과 독일이 이웃 국가들과 맺은 관계는 왜 달랐는가'의 저자인 월터 F. 해치 미국 콜비칼리지 명예교수는 일본의 '행동'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이웃 국가에 사과했지만, 일본은 사과하지 않았다'는 기본 통념에 반기를 든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면서 "국가 간 화해를 촉진하는 데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독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갈등 등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입장이 일관성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선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푹스 소장 등은 지난 8일 열린 포럼의 주요 발표자로 나서 역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화해 시도와 공동 교과서 집필 노력 등을 소개했다.
박지향 재단 이사장은 포럼 환영사에서 "이웃과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실천적인 지혜를 역사 속에서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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