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당구 여신' 차유람(휴온스)이 '숙명의 라이벌' 김가영(하나카드)과 77일 만에 다시 준결승 리턴매치를 벌인다.
8일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24-25' 8강전에서 차유람은 세트스코어 3-1로 히다 오리에(SK렌터카)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를 11이닝 만에 11:5로 따낸 차유람은 2세트를 6:11(17이닝)로 패했으나, 3세트를 11:4(6이닝)로 승리하며 2-1로 앞섰고 4세트 막판에 히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11:9(10이닝)로 승리하며 준결승행에 성공했다.
차유람의 이번 시즌 준결승 진출은 두 번째. 앞서 8월 말에 베트남에서 열린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준결승에 복귀 후 처음 준결승에 올라갔다.
당시 차유람은 김가영과 900일 만에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 주목을 받았다. 경기 결과는 세트스코어 3-0의 김가영 승.
그런데 차유람은 이번에 다시 김가영을 준결승에서 만나 두 선수가 3쿠션 전향 후 벌이는 역대 5번째 승부를 치르게 됐다.
차유람은 여자 프로당구(LPBA) 투어에서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준결승에 올라왔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김가영을 만났다.
앞선 세 차례의 승부는 전부 김가영이 승리했고, 차유람은 김가영의 벽을 넘지 못해 매번 결승행이 좌절됐다. 이번 승부는 두 선수가 3쿠션 종목에서 벌이는 역대 5번째 대결이다. 또한, 준결승에서 만난 4번째 승부다.
과연 차유람은 김가영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번 대결 역시 쉽지 않다. 3회 연속 우승과 22경기 연속 승리 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고조에 달해 있는 김가영과 준결승 대결을 벌이기 때문.
두 선수는 포켓볼 선수 시절부터 평행선을 달려왔다. 경력은 20살의 나이로 세계를 제패한 김가영이 단연 앞서지만, 차유람은 여러 번 김가영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국내 선수로는 유일한 선수였다.
지난 2013년에 인천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계 최정상의 중국 선수들을 꺾고 포켓볼 종목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것이 가장 대표적인 결과.
차유람은 당시 막 정상에 올라서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을 하는 시기였는데, 그 무렵에 결혼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중단하면서 은퇴했다. 김가영과 함께 한국 여자 당구의 양대 산맥으로 올라설 수 있는 순간에 큐를 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유람은 오랫동안 당구계를 떠나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왔고, 간간히 방송에 모습을 비추며 당구선수가 아닌 유명인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LPBA 투어가 출범하고 차유람과 김가영이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을 하게 되면서 두 선수가 벌이는 숙명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차유람은 2019년 7월에 열린 프로당구 원년 시즌 2차 투어 '신한금융투자 LPBA 챔피언십'에서 3쿠션 선수로 복귀해 데뷔전을 치렀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0년 7월 8일에 두 선수는 무려 5년 8개월 만에 포켓볼이 아닌 3쿠션 종목으로 큐를 맞대었다. 20-21시즌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에서 차유람은 김가영과 대결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1-2로 아쉽게 패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라이벌 관계임을 털어놓기도 했다. 차유람은 김가영을 "좋은 스트레스"라고 표현했고, 김가영은 "유일하게 자극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2022년 1월 3일에 21-22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두 선수는 다시 한번 승부를 벌였다. 차유람은 0-3으로 김가영에게 완패해 LPBA 투어 첫 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어 두 달 뒤인 그해 3월에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2'에서 차유람은 김가영과 통산 세 번째 대결을 벌였다. 이번에도 준결승이었고, 결과 역시 4-2로 김가영이 승리.
차유람은 두 차례 준결승에서 김가영의 벽을 넘지 못한 뒤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완전히 당구계를 떠났다.
그러나 지난 23-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갑작스럽게 복귀한 차유람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24-25시즌 들어서는 두 차례 16강에 올라간 뒤 3차 투어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옛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넘기 힘든 김가영의 벽이 다시 차유람을 가로막았고, 하노이 오픈 준결승에서 만난 통산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김가영의 손이 올라갔다.
앞서 3쿠션 선수 전향 후 LPBA 투어에서 한참 성장을 거듭하다가 16강에서 한 번, 준결승에서 두 번 김가영의 벽에 부딪힌 차유람은 복귀 후에도 여전히 준결승에서 김가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과연 차유람이 김가영과 준결승의 두 가지 벽을 넘어 첫 결승 진출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김가영의 사상 최초 4회 연속 투어 결승 진출과 23경기 연속 승리 행진을 이어갈까.
차유람과 김가영, 숙명의 라이벌이 벌이는 준결승 승부는 오는 9일 오후 5시에 시작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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