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심했던지라 등산을 쉬면서, 몸이 너무 찌뿌둥하더라고요.
그래서 산행 후기 대신에 짧게 다녀온 산사유람기를 올립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경상북도 영주에 부석사라는 곳입니다.
가을 풍경을 보기 좋은 곳이고, 화엄종 사찰답게 산과 잘 어울리는 사찰입니다.
불교 갤러리도 아니고, 의상스님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 관심이 없으실듯하여 쑥 넘기고~~
무량수전 관련된 이야기도 다들 아실테니 넘기고~
가을이 느껴지는 사진 몇 장 올립니다.
부석사는 태백산맥 끝자락과 소백산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였습니다.
태백산맥 끝에 있는 요 산을 봉황산이라 하는데, 뭐 큰 의미는 없어보입니다.
아무튼 10월말~11월 초에 가면 요런 은행잎이 먼저 반겨줍니다.
일주문 앞과 뒤를 노란 물길로 꾸며줍니다.
저는 다소 늦게 갔기 때문에 일주문 근처의 은행은 다 떨어졌더라구요.
일주문이 옆쪽에는 원래 과수원이 많았답니다. 지금은 전부 토지수용 된건지, 많이 정비가 되었더라구요.
떨어져가는 노란 은행과 달리,
빨간 단풍들은 서서히 자태를 뽐냅니다.
서로 시기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게, 참 신비롭죠.
부석사 가는 계단은 3단 구조 108개 입니다.
3단은 3개의 세계(과->현->극락) 108개는 108 번뇌
108 번뇌를 깨쳐가며 극락 세계로 가는 여정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할배 할매가 아니므로 계단을 이용합시다. 그래야 부석사의 진가가 보이고 눈도 즐겁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천왕문에도, 범종각에도, 안양루에도 조금씩 그 다음 풍경이 보이는데요.
유교 건물에서 보이는 차경이 창호를 통해 볼 수 있다면,
화엄종 사찰에서는 누하진입(누각 밑에서 올라가며 들어가는 것)하면서 보이는 차경을 즐길 수 있답니다.
호기심이 생기게 하고, 시선을 따라가게 하는게 마치 잘 만든 게임같다고나 할까요? 젤다의 전설 할 때 그런느낌이었거덩요.
해가 붉어질 때는 말입니다.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도 예쁘지만,
부석사 안양루와 범종각에 비치는 그 빛들도 참 좋지요.
그저 밝았던 빛이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이 제 후진 폰카에는 담기지 않아 아쉽습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일자식 건물 배치가 아니라 산세에 맞춰 건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시겠지만, 산세에 어울리게 건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록 요새 생활하시는 스님들이 각종 요사채를 지으면서, 그 배치가 좀 망가졌지만, 근본있는 건물들은 다릅니다.
평지가람과 다르게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배치합니다.
한국식 사찰의 묘미는 다름아닌 가람배치에 있다고 하는데, 그런 특징을 알고 살펴보면 더 즐겁습니다.
평일이라 비교적 한산한 사찰. 그럼에도 손님은 많습니다.
부석사 탑은 신기하게 법당 앞에 없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아미타불이 서쪽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어 여기가 맞나? 싶기도 합니다.
(개소리)
해가 지는 풍경, 이제 사람들이 해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전망이 좋은 곳으로 갑니다.
주황빛으로 붉게 변하는 햇빛과
다소 푸른 빛을 보이는 산그리메가 어우러져 묘한 색깔을 냅니다.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
모두가 떠난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곱습니다.
부석사는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고
해가 뜰 때도 좋고
해가 질 때도 좋습니다.
구름이 많이 끼면 산 정상에서 운해를 바라보는 그 느낌이 또 나는데요,
오늘은 색감 하나로 만족입니다.
올 해도 벌써 열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남았습니다.
아쉬운 것도 많고, 놓친 것도 많고, 해도 의미 없는 후회를 종종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순간 순간을 잘 즐기고 느껴보려 합니다.
부석사에 갔던 순간 그 색과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번 가을 모 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때 느꼈던 것들은 아마 꽤 여운이 길지 않을까 해요.
등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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